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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20여명이 학교 연구기금으로 관광성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출장 목적은 학술행사(워크숍)였지만 2박3일 일정 동안 3시간 남짓 진행한 세미나 한 차례를 제외하곤 나머지 시간은 모두 '관광'으로 채워졌다. 이들이 유용한 연구기금은 1800여만원에 달한다.


15일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소속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교수 20여명은 지난 4월 말 의과대학 연구기금을 받아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이번 일정엔 서울대학교 3개 병원(본원, 분당병원, 보라매병원) 임상교수 이상 총 21명이 참석했다.

출장 목적은 워크숍이었으나 실제는 유람성 여행에 지나지 않았다.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 일정 동안 교수들 전체가 모여 토론한 세미나 자리는 단 한 차례, 시간은 3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세미나 주제 또한 심도 깊은 내용이라고 볼 수 없는 '의대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교육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였다.


나머지 시간은 제주 유명 관광명소를 구경하거나 해수욕장, 둘레길, 휴양림 탐방 등 학술행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관광' 위주의 시간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현지 가이드와 함께 28인승 대형 리무진 버스를 동원해 이 모든 관광일정을 소화했다. 숙소는 제주도 내에서 등급이 가장 높은 특1급 호텔을 사용했다. 심지어 여정 첫날 저녁에는 식사 후 호텔내 주점에서 단체로 룸을 빌려 술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여흥을 즐겼다. 마지막날 몇몇 교수는 골프 회동까지 가졌다. 대학내 연구기금을 활용한 교수들의 학술행사라고는 믿기 힘든 일정이다. 이들이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후 의과대학에 제출한 워크숍 결과보고서는 사전에 준비된 자료들을 끼워넣는 식으로 짜깁기해 만들어졌다.

정신과 교수들이 2박3일 동안 사용한 경비는 항공료 500여만원, 숙박비 800여만원 등이다. 이 비용은 의대교육연구재단 교실지정기금에서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실지정기금은 의과대학 발전을 위해 개인 또는 법인이 교실(각 과(科))을 지정해 무상으로 출연한 각종 기부금으로 일종의 연구기금에 속한다. 이 기금의 집행은 연구기금 성격에 따라 교육연구재단의 정관을 따르도록 규정돼 있다. 정관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금 지원 사업은 학술 연구비나 의학발전 관련 교육자료 개발, 국외연수, 우수학술지 논문게재료, 학술도서구입, 문화ㆍ학술행사 등에 국한돼 있다. 학술이나 연구 목적이 아닌 관광, 유흥 등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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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크숍을 교수들에게 제안한 하규섭 서울대병원 정신과 주임교수는 1800여만원의 연구기금을 규정과 다르게 사용한 것과 관련해 "의과대학의 허락을 받아서 다녀온 출장"이라며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의료계의 도덕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우리나라 최고의 상아탑인 서울대에서 연구기금을 유용한 출장이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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