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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실패했다고 멈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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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때로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음에도 처참한 실패를 맛볼때가 있지요. 성공은 대개 경쟁의 과정을 수반하고, 그 경쟁을 모두가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가수를 꿈꾸는 사람이 전국에 10만명쯤 있고 그중에 3만명 정도가 실제로 오디션에 도전해 300명이 약 100여개 회사의 연습생이 된다고 칩시다. 애초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또는 할 수 없는) 7만명도 아쉬움이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오디션을 보는데도 계속 떨어지는 2만9700명 입장에서는 '내 재능이 부족한 걸까,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걸까' 하는 온갖 생각에 사로잡히며 인생이 끝난 것만 같은 패배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5년 후 오디션에 합격했던 300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중 어림잡아 100명 정도가 데뷔를 하고 30명 정도는 약간의 주목을 받고, 10명 정도가 스타의 반열에 오른 후 3명 정도가 톱스타의 위치에 도달하겠지요. 연습생이 되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끝끝내 데뷔를 못하거나 붕 뜬 사람도 있을테고 데뷔를 했어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음악이나 이미지 콘셉트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반면 기획사 오디션에 떨어진 2만9700명 중 TV 오디션이나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가수로 데뷔하는 사람도 있고 톱스타가 되었지만 예상치 못한 루머와 악플 때문에 고통받는 이도 있습니다. 이렇듯 많은 이들을 누르고 한 단계의 성공을 이뤘어도 그 다음 단계를 성공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인기가수라도 모든 곡을 히트시킬 수는 없는 것처럼요.
10년이 지났습니다. 계속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와중에 이전의 10만명 중 단 1명만이 톱스타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9만9999명의 삶은 실패일까요. 아니요, 그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갑니다. 뮤지컬 배우, 보컬트레이너, 프로듀서, 작곡가 등 관련업계 진출 뿐만 아니라 선생님, 바리스타, 창업가, 주부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길을 찾는 사람도 있을테구요. 끝내 데뷔는 못했지만 해외진출을 위해 배웠던 외국어를 써먹는 일을 하게 된 사람, 소속사와의 지리한 소송 끝에 법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된 사람처럼 실패의 경험이 새로운 길을 열어준 케이스도 있겠지요. 즉, 십만명이 십만가지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죠. 한순간의 성패를 놓고 누가 더 성공한 삶이고, 누가 더 행복한 삶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것입니다.

가수를 예로 들었지만 모든 꿈이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보기에 멋진 일은 남들이 보기에도 멋져 보이기에 경쟁은 치열하고 바늘구멍같은 경쟁률을 뚫고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톱스타같은 거창하고 화려한 꿈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원하는 명문대 입시, 대기업 입사, 각종 고시, 사업, 승진 또한 마찬가지이죠. 실패의 순간 우리는 여러가지 감정에 휩싸입니다. 분노, 좌절감, 억울함, 허무함, 우울감, 자괴감…. 웬만큼 마음수양이 된 사람도 실패를 초연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기에 충분히 아파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분노와 자기비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남은 삶을 폐인처럼 살아간다면, 즉 실패의 순간에서 멈춰버린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영원히 '실패'로 남게 됩니다. 반대로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다면 그것은 '삶의 이력'이 됩니다. 회사 송년회 때마다 무대를 장악하는 김대리, 연습생 출신의 식당 사장님, 싱어송라이터 출신 금융인…. 얼마나 멋진가요. 비록 가수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그 이력이 그들의 인생을 더욱 흥미롭고 다이내믹하게 만들었다면 말이죠.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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