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모른다" "억울"…정유라, 회피ㆍ변명 일관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민우 기자] 31일 강제송환 형식으로 입국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출입국 게이트 앞에서 기자들에게 내놓은 말은 대부분 각종 의혹과 혐의를 회피하려는 내용이었다.
반년을 넘게 온 나라를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민에 사과의 뜻을 밝히기보다는 향후 검찰의 수사에 대비해 방어논리를 세우는 데 주력했다.
정씨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게이트에서 가장 먼저 "귀국을 결심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씨는 "빨리 입장을 전달하고 오해도 풀고 해서, 빨리 (사태를) 해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파면에 이르게 하고 어머니 최씨가 중형을 구형 받은 현 상황을 '오해'로 규정한 것이다.
사태가 불거진 뒤 약 8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점, 이미 주요 수사가 일단락되고 관련 재판이 진행중인 점 등을 감안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씨는 자신과 최씨의 핵심 혐의인 '삼성 뇌물' 문제와 관련해서도 "(삼성이 지원하는) 6명 중 1명이 (저라고 어머니가) 말씀을 하셔서 저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삼성의 지원이 정씨 1인을 향한 것이었음이 법정에서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현실과 괴리가 상당히 큰 언급이다.
이화여대 입시ㆍ학사비리와 관련해선 더 엉뚱한 설명을 내놨다. "저는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 취소는 당연히 인정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한 번도 대학에 가고 싶어한 적이 없었다"면서 입학 취소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듯한 인상도 풍겼다.
해외 체류 및 아들 양육비용에 관해선 '나는 모르는 돈'이라는 취지의 대답을 반복했다. 어머니 최씨가 독일 등지로 재산을 빼돌리고 주택구매 등을 통해 이를 세탁하려 했다는 의혹과 선을 그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래는 정씨와 취재진의 일문일답.
▲해외에서 오래 버텼는데, 왜 귀국을 결심했나.
-아기가 거기서 너무 혼자 오래 있다보니까, 가족도 없이. 빨리 입장을 전달하고 오해도 풀고 해서 빨리 해결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들어왔다.
▲삼성의 특혜지원 의혹에 대한 생각은? 본인을 위한 특별한 지원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지.
-딱히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 일이 끝나고 돌이켜보면…잘 모르겠다. 저는 어머니한테 들은 게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셨는가.
-삼성전자 승마단이 또 승마 지원을 하는데, 6명을 지원하는 중에 (제가) 1명이라고 말씀을 하셔서 저는 그런줄로만 알았다.
▲이화여대 입학이 취소된 거, 인정할 수 있나?
-저는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 취소는 당연히 인정을 한다. 저는 제 전공이 뭔지도 사실 잘 모르고 한 번도 대학에 가고 싶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입학 취소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
▲갈 생각이 없었다고 했는데, 면접 때는 승마복 입고 금메달을 가져갔다고 알려졌다. 그러라고 누가 조언했나?
-제가 단복(승마복)을 입고 가지는 않았고, 단복은 다른 친구가 입었다. 제가 확실하게 기억을 하는 게, 제가 그 때 임신 중이라서 단복이 안 맞아서 마지막 식사 때 이후로 한 번도 입은 적이 없기 때문에. 단복은 제가 입은 것이 아니고 다른 분이 입으셨고, 메달을 들고 가라고 했던 건, 그 때 제가 아마 이대만 들고 간 게 아니라 중앙대에도 들고 갔던 거 같다. 어머니가 메달 들고 가서 입학사정관 하시는 분한테 여쭤보라고, 가지고 가도 되느냐고. 그래서 제가 여쭤보고 된다고 해서 가지고 들어갔던 거였다.
▲덴마크에 있는 아들과 보모는 따로 들어오나?
-네. 따로 들어온다.
▲현지에서 생활하는 보모와 아들의 체류 비용은 어떻게 조달하는 건지.
-그건 제가 모른다. 저는 계속 안에만 있어서 아기만 일주일에 몇 번씩 봐서.
▲본인의 변호사비용 포함해서 분명히 돈이 많이 들어갔을텐데?
-네.
▲그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나?
-전혀 모른다.
▲아들과 보모는 언제쯤 입국하나?
-제가 아들 입국 날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어머니 재판 보면서 무슨 생각 했는지?
-제가 어머니 재판 내용을 하나도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해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저는 하나도 전해들은 것이 없다.
▲검색도 안해봤는지?
-안에 갇혀 있어서 검색을 할 수가 없었다.
▲변호인 통해서 따로 연락을 받은 바도 없는지.
-저희 어머니 일이요? 네(없다는 의미).
▲국정농단 사태, 억울한지?
-제가 어머니와 전(前) 대통령님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르는데, 일단 저는 좀 억울하다.
▲과거에 '돈도 실력이다'라고 언급한 적 있는데, 이 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그때는 너무 어리고, 그 때 제가 좀 다툼이 있어서 제가 하도 돈으로만 말을 탄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듣고 그래서 저도 욱하는 마음, 어린 마음에 썼던 거 같은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아기가 있는데, 제 자식이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들으면 정말 속상할 것 같다.
▲그 아이가 지금 어떤 돈으로 생활하는지 모르나?
-네. 모른다.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국민이나 박 전 대통령에게 할 말은?
-제가 이런 일에…딱히 드릴 말씀은 없고. 저도 지금 상당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제가 모든 특혜를 받았다고 하시는데, 사실 아는 사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저도 계속 이걸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도 사실 잘 연결 되는 게 없을 때도 있다 저도.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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