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비정규직 매듭 어떻게 풀까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여파가 곧 금융권으로 미칠텐데, 해법 마련이 쉽지 않네요”. 최근 만난 4대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비정규직 해법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연구 용역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본다”며“기존 정규직과의 보수 체계 등의 문제를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원칙을 세우고 액션 플랜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비정규직 전환 문제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권이 바뀌자 마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태풍을 맞은 셈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은행을 비롯 증권, 카드, 보험, 유통 등 계열사들이 여러 업종에 걸쳐 있는 만큼 이들 계열사의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1분기 기준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는 3365명에 달한다. 이는 정규직 근로자 5만9059명의 약 5.7%다. 이들 비정규직 근로자 중 절반이 전문직인 변호사, 세무사 등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정규직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은행권은 수년전부터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해 거의 제로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성과에 따라 연봉을 지급해 고액의 계약직이 많다. 공공부문이나 다른 업종의 비정규직과는 성향 자체가 다르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더구나 시중은행들은 몇년전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2007년 3076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비정규직이던 창구담당 직원(텔러)은 개인금융서비스직군으로 명칭을 바꿔 이후 계속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1~2013년에 걸쳐 2300명의 창구담당 직원을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현재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기존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던 사무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역시 2014년 말 무기계약직이던 창구담당 직원 4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후 'L0'란 직군을 신설해 창구담당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 중이다. KEB하나은행도 2015년 통합 후 313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상황이 다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말 기준 비정규직이 2979명으로 전체 직원 1만6428명 대비 18%에 이른다. 이는 신한·KB국민은행 등 6대 주요 은행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다른 주요 은행의 비정규직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농협은행의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것은 출산장려와 재취업 제도, 농협 소속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대체직을 운영하고 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운 직원들의 대체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뽑아 쓰는 제도다. 이에따라 농협은행은 비정규직 문제를 다른 시중은행의 방식과 연구 용역을 통해 해법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전환 문제는 정규직과의 보상·직급 체계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단기 계약직이나 기간제 근로자들은 일반 정규직 사원들과 업무 성격이나 근무량이 완전히 달라 이들을 일률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인력 운용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정규직 전환으로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신규 채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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