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공동화 악몽]빡빡해진 美…외교매듭 풀어야 韓기업도 U턴
현대중공업, 국내 생산물량 미국 공장에 넘겨…제조업 공동화 심각
해외진출 기업이 만든 일자리 3배…투자 유출도 20%로 늘어
법인세 인하 지원책·4차 산업 이탈 방지 등 '리쇼어링'이 해법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현대중공업이 국내에서 생산하던 변압기를 미국 공장에서 만들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 '리쇼어링' 과제를 남겼다. 국내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탈은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경기 활성화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이 과감한 리쇼어링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기업 친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지난 10년 간(2005~2015년) 해외에 진출해 만든 일자리는 53만개에서 163만개로 3배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에 들어온 외국 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 규모는 20만개에서 27만개로 1.35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혜택을 줘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진출 기업이 만든 일자리 10년간 3배 증가 = 대한상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유입 대비 유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투자유출 비중은 4.3%에서 20.2%로 증가했지만 투자유입은 11.7%에서 12.7%로 제자리 걸음이었다. 당분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 공장 추가 건설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은 해외 이전 비중이 특히 높은 업종이다. 제조업 해외생산 비중은 2005년 6.7%에서 2012년 18%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는 해외이전 비중이 16.7%에서 47.6%로, 스마트폰은 2010년 16%에서 78%까지 증가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국내 생산라인은 늘지 않았다. 반면 해외공장을 공격적으로 키우면서 국내 생산비중이 2005년 72.7%에서 지난해 상반기 36%까지 떨어졌다. 완성차 5개사의 국내 전체 생산량도 최근 3년간 450만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멕시코에 공장을 지었으며, 인도에도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美 법인세 인하 등 리쇼어링 정책 쏟아내 = 전문가들은 경제적 파급력이 큰 제조업의 이탈을 막기 위한 유인책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똑같은 10조 매출이라도 금융업이 올리는 것과 제조업이 올리는 것은 '승수효과'가 다르다"라며 "제조업은 금융업보다는 고용창출 효과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해외이전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입는 손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본, 독일은 리쇼어링을 위한 지원책을 쏟아내는 중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ㆍ규제 1개를 만들 때 2개를 없애는 것을 의미)' 제도가 대표적이다. 현행 35%인 법인세를 15%까지 내리는 세제개편안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수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야할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제 외교라인을 가동하는 것도 리쇼어링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중국과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미국과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보호무역 문제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문재인 정부가 외교적인 노력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헌 서울대학교 객원교수는 "트럼프 미 대통령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며 "하루 빨리 외교문제를 매듭지어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4차산업은 국내에 붙잡아야, 노사문제 해결도 중요 = 연구개발(R&D) 분야나 4차 산업에서 추가적인 해외 유출이 없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최고급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아직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고 곧 경쟁이 치열해질 시장은 해외가 아닌 국내에 생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핵심인재 육성과 기술축적에 전력을 다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요인 중 하나인 노사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조정 능력을 주문했다. 이부형 이사는 "노사 문제를 사회적 합의에 맡기되 해결되지 않을 땐 정부가 갈등 조정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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