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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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월스트리트(wallstreet). 통상 미국 뉴욕 맨해튼의 금융가를 통칭하는 이 단어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월스트리트', '빅쇼트' 등 월가를 다룬 영화들은 하나같이 자본주의의 총아인 월가 금융인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쓰레기 주식매각(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비열한 인수합병(월스트리트), 무분별한 부동산 대출(빅쇼트)와 같은 장면은 월가(街)에서 일하는 이들을 부정, 치부에만 몰두하는 파렴치한으로 연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현실에서도 금융위기를 촉발한 월가에 맞서자며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시위가 벌여졌다.


지난 미국 대선 때만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월가에 대한 시선 역시 일반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돈을 버는 월가를 개혁대상으로 지목하고 표를 확보했고 당선됐다.

정작 선거 승리 후 트럼프 대통령은 월가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과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슈워츠먼 대통령전략정책포럼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 시절 월가가 끈질기게 반대했던 금융개혁법도 거꾸로 개혁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초에는 이런 행보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사기꾼(fraud)'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50여일 만에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월가 출신들이 보호무역으로 귀결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맞서고 있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온다. 월가 출신 인사들이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를 성사시킨 슈워츠먼 위원장을 트럼프 대통령의 감독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협상과 거래에 익숙한 이들은 비 이성적인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노믹스로 인한 세계 경제의 큰 충격을 막을 수 있는 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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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월가 인사들은 자신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고 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월 미국 방문시 슈워츠먼 회장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한국 정부를 고객으로 둔 대형 월가 금융회사가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미국 정부에게 어떤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차기 한국 정부에게 주는 힌트일 수 있다.


단 월가 인사들을 이용하는 것과 그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정책적 능력은 필수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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