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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銀 줄이탈…13년 묵은 금융허브 헛구호

최종수정 2016.03.16 12:41 기사입력 2016.03.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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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질적 지원없는 '동북아 금융허브' 헛구호 13년…금융중심지 육성책 '양적유치'보다 '질적성장'으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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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한국 철수를 결정했던 2015년만해도 금융권의 분위기는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 본사의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이었다. RBS는 2007년 ABN암로은행 인수로 본사가 거액의 부실을 떠맡게되고, 금융위기까지 덮치면서 아시아지역 중 한 곳인 한국 시장철수는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바클레이스가 한국시장에서 짐을 싼데 이어, 골드만삭스, UBS까지 은행업 인가 반납을 공식화하면서 이제 외국계 금융사의 한국 이탈은 '개별금융사'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비슷비슷한 체급의 IB들의 이탈이 줄을 잇게되면, 외국계 금융사의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계 금융사들이 줄지어 한국시장을 축소하는 이유엔 물론 본사의 경영상황이 어려운 점이 가장 크다.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가 그리스 경제위기와 폴크스바겐 사태로 작년 한해만 9000명을 감원하고 2020년까지 10개국에서 사업을 철수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유럽계 투자은행(IB)들의 사업축소와 감원바람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시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잇따른 철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시아에 비해 소매금융이나 기업금융이 클 여력이 확보되지 않은데다 한국 금융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소비자금융의 진입장벽도 높다. 더구나 여전히 높은 규제의 장벽도 외국계금융사들 입장에선 장애물이다. 한국 시장 진출 초기 외국계은행들이 강세를 보였던 외환이나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업 분야도 이미 국내 금융사들이 활발히 진출해 먹거리가 더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금융비전이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안한 지경이다. 2003년 선 보인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은 2020년까지 서울을 홍콩 싱가폴에 비견될만한 금융허브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금융당국의 중장기 비전은 여전히 동북아 금융허브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금융중심지 정책이 동력을 얻으려면 상하이 푸동 지구 같은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오랜기간 이름만 걸어놓고 실질적인 지원은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금융사들의 철수 움직임을 금융당국도 파악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금융위기 이후 과도하게 확장한 부분을 정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중심지 육성의 정책을 '양적 유치'보다는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금융중심지 지원책에 대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외국계 금융사를 얼마나 많이 유치했는지 하드웨어적인 목표에 집중하기보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외국계 금융사 유치만큼이나 질적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면서 "외국계 영업점을 무조건 끌어온다기보다는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거나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인데 이젠 장소가 어디있느냐보다 실질적인 영업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교수는 "금융의 국제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은행들이 밖으로 나가는 아웃바운드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을 지원하는 인바운드 정책에도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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