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현저한 불성실"…세월호 朴행적 질책한 재판관들
김이수·이진성, 朴대응 法위배 보충의견
"진정한 지도자, 어둠 걷히는 희망 줘야"
"朴, 참사 당일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의견과 별개로 일부 재판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과 대응에 관한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것이고 이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경우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은 김이수ㆍ이진성 재판관이 '보충의견'을 통해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참고자료로 제출한 국가안보실 명의의 '진도 인근 여객선 침수, 승선원 474명 구조작업중(1보-참사 당일 오전 10시)' 보고서에는 '현재까지 56명 구조'라고 구조 인원은 기재돼있으나 세월호의 기울기 등 상태는 기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은 이 보고를 접한 직후 즉시 국가안보실을 통해 세월호의 상태를 확인했어야 하고 그랬다면 세월호의 당시 기울기가 60도 정도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이들 재판관의 생각이다.
보고 내용만 보더라도, 474명이 승선한 배가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1시간 이상이 지났는데도 그중 불과 56명만이 구조됐고 400명 이상이 구조되지 않았다는 것이라서 매우 심각하고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곧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측의 주장대로라면 이후로도 전화보고나 TV 생중계 등을 통해 작은 노력만으로도 심각성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재판관 등은 "보고의 내용이 거짓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면 당시 세월호 침몰 사실이 반영돼있었을 것이 분명하다"면서 "따라서 피청구인이 실제로 위 보고들을 모두 검토했다면 상황의 심각성을 (박 전 대통령 주장대로) 오후 3시께에야 깨달았을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통령은 관계기관의 잘못된 보고와 언론사의 오보 탓에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그간 꾸준히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 재판관 등은 "청와대는 오전 10시30분께 이미 세월호가 배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기울었고 10시52분께 전복돼 선수만 보이고, 탑승객들은 대부분 선실 안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도 인지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실제로 존재했던 초기의 언론 오보는) 피청구인이 오전 10시께 상황에 관한 심각성을 인식했으리라는 판단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김 재판관 등은 "피청구인은 상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에 대해선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낙관적 보고에만 관심을 가져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한 셈이 된다"면서 "이는 그 자체로 위기 상황에서 피청구인의 불성실함을 드러내는 징표"라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 등은 이어 "세월호 참사 당일은 휴일이 아니었으므로 피청구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업무시간 중에 집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수행했어야 한다"는 말로 내내 관저에 머물렀다는 박 전 대통령을 질책했다.
관저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휴식과 개인 생활을 위한 사적인 공간이므로, 이곳에서의 근무는 직무를 위한 모든 인적, 물적 시설이 완비된 집무실에서의 근무와 업무의 효율, 보고 및 지시의 용이성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위기의 순간에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알맞게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재판관 등은 "국민이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하는 순간은 국가 구조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전형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 등 국가위기가 발생해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흘러가고,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라고 부연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16일이 바로 이런 날에 해당한다는 게 김 재판관 등의 결론이다.
"피청구인은 그날 저녁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 그 결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해 최상위 단계인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가 발령됐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승객 구조를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은 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400명이 넘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그 순간에 피청구인은 8시간 동안이나 국민 앞에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돼 대규모 피해가 생기거나 예견되는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상황의 중대성 및 급박성 등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의 대응은 현저하게 불성실했다…헌법 제69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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