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이 기자들에 쇄신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원다라 기자)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이 기자들에 쇄신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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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삼성이 미래전략실이 해체하고 쇄신안을 발표했다. 58년간 지속되어온 그룹의 컨트롤 타워 해체를 발표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3분이었다. 짧은 발표 시간만큼이나 내용은 간결했지만 담긴 메시지는 컸다.


◆3분만에 진행된 미전실 해체 발표=28일 오후2시10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40층 미전실. 임직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곧 있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정례브리핑을 기다리며 각자 자리에서 업무를 하고 있었다. 다만 특검이 수사기한을 마무리하고 삼성 수뇌부에 대한 기소 여부를 발표할 것을 대비해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 등 관련 임원들이 모두 모인 상태였다.

특검이 오후 2시3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 5명을 모두 기소하기 하고 수사 종료를 발표하자 이준 팀장 등 미전실 임직원들은 예고없이 기자실로 향했다.


3시15분 예상치 못한 이준 부사장의 방문에 기자들은 술렁였다. 이준 부사장은 "죄송하다"며 자켓 안주머니에서 쇄신안을 적은 종이를 꺼내들었다. 이준 부사장은 "특검이 오늘 일괄 기소를 밝혔고 사태가 이렇게 된 책임이 미전실에 있음을 통감한다"며 "최지성 실장 등 미전실 실·팀장 8명과 박상진 사장이 이번 사태 책임을 지고 전원 사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임하기로 한 것은 향후 다른 계열사로도 가지 않고 '삼성'에서 아예 퇴사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리핑은 3분 남짓 짧았다. 브리핑을 마친 이준 사장은 미전실 해체 이후 후속 조치는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룹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내가 후속조치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각 계열사가 자율 경영 하면서 후속 조치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을 아낀 뒤 기자실을 떠났다.


미전실·대관업무 조직 해체, 사장단회의 폐지, 출연금·기부금 이사회 승인 후 집행, 등 어느정도 예상됐던 내용이었지만 실·차장 '전원 사의' 부분에서 침묵이 흘렀다. 미전실을 해체하더라도 미전실 실·차장들은 삼성의 '수뇌부'인 만큼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고, 결국은 과거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처럼 미전실이 되살아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은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한동안 삼성전자 고문,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 등으로 재직했다.


◆미전실 변천사=이병철 회장은 계열사 관리를 위해 1959년 당시 주력회사인 삼성물산에 비서실을 설치했다. 20명 규모의 소규모 조직이었다. 비서실의 위상이 높아진 건 1970년대부터다. 비서실은 삼성전관(현 삼성SDI) 삼성코닝 삼성중공업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을 설립하거나 인수해 그룹 성장을 견인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자 비서실은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개편됐다. 1996년 13대 비서실장으로 선임된 이학수 전 삼성물산 고문은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각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분사와 매각을 단행해 4만7000여명의 인력을 3만8000여명으로 줄였다.


2006년 안기부 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해체 압력을 받자 삼성은 구조본을 전략기획실로 축소했다. 이후 특검 수사 결과 수조원대 차명계좌가 드러나자 2008년4월 이건희 회장은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CCO와 함께 동반 사임하고 전략기획실 해체 등 경영쇄신안을 내놨다. 비서실장부터 구조본 본부장, 전략기획실장 등 18년간 그룹 2인자의 자리를 지킨 이학수 고문도 이때 물러났다. 해체된 전략기획실은 50여명 수준의 업무지원실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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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은 8개월 만에 애플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지원실을 마련했다. 이후 업무지원실은 지금의 미래전략실로 되살아났다.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의 이학수 사단으로 불리던 이들이 대거 퇴진하고 삼성SDI 출신인 김순택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의 첫 수장을 맡았다. 2012년 6월7일 이건희 회장은 최지성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을 미래전략실장으로 임명했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2014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검토되기 시작했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시기가 앞당겨졌다. 삼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승마 지원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청문회때 "국민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면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17일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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