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모바일]위기의 통신업계…"협력 통한 50억의 파워 발휘해야"
성장절벽 맞은 통신업계…IT업계에 영역침범까지
디지털·AI의 영역파괴 속 가입자 기반 플랫폼 주목
사업자 간 협력이 절실…'50억의 파워' 발휘해야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지난 3년간 세계의 통신사 매출 평균치는 연간 1% 이하로 정체됐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만 6000만명이 넘었다. 가입자 증가로는 더 이상 통신업계의 미래는 없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출현, 정보기술(IT)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전 세계 이동통신업계는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통신업계의 현 상황과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양현미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최고전략책임자(CSO)에게 들어봤다.
양 CSO는 21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2007년 아이폰의 등장 이후 스마트폰의 급속 보편화로 데이터 통신의 폭증에 따른 전성기를 구가한 통신업계는 곧 스마트폰을 통해 등장한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경쟁자들로 인해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왓츠앱, 위챗, 카카오톡 등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OTT(Over the top) 서비스들은 기존 음성통화와 문자 메세지를 대체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실리콘밸리 IT업체들은 값싸고 효율적인 대체 통신망까지 선보이면서 전통적인 통신업계의 위치까지 넘보고 있다.
양 CSO는 "통신업계의 수평적 성장인 통신 가입자 수 증가와 수직적 성장인 매출 및 수익성의 증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GSMA에서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앞으로의 대부분 성장은 중국, 인도, 아프리카와 동남아 지역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이미 가입자 포화상태라는 뜻이다.
수익성 역시 악화됐다. 양 CSO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세계의 통신사 매출 평균치는 연간 1% 이하의 수준으로 성장해 왔다. 세계 GDP 성장률인 3-4%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선진국에서의 통신사 매출은 상당수 마이너스 성장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여기에 통신사들은 사업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주파수와 통신망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양 CSO는 2016년에서 2020년까지 통신사들의 예상 투자액은 약 2000조원이라고 밝혔다.
양 CSO는 디지털화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여러 산업 영역에서 파괴 (Disruption)와 창조(Creation)가 공존하는 시기라고 현재를 진단했다. 그는 ▲많은 인적자원과 값비싼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분야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느끼는 분야 ▲효율성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분야 ▲소수의 대기업들이 독식하던 분야를 가장 크게 파괴될 산업으로 꼽았다.
핀테크 기술의 발달로 은행의 고유 업무가 휴대폰 앱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알리바바와 아마존이 전 세계 상거래 시장을 장악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처럼 현재 통신업계는 안팎의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양 CSO는 통신 고객 기반의 플랫폼에 주목했다.
양 CSO는 "표준화 된 통신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 수를 합치면 50억명이라는 엄청난 규모가 되는데 여기에 통신사 간 호환 가능한 서비스를 얹게 되면 순식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서비스가 된다"며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서비스 개발자 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플랫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GSMA에서는 '50억의 파워'(Power of 5 billion)라는 10년 간 글로벌 통신 업계의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바로 디지털 신분증과 퍼스널 데이터, 사물통신의 사이버 보안과 기기접속 컨트롤, 플랫폼으로서의 네트워크다. GSMA는 10년 후 세계 통신 시장의 추가 성장 가능성은 약 800조원으로 전망했다.
양 CSO는 "이 세가지 분야는 전 세계의 통신사들이 협력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전세계 통신사들이 협력해 2~3년 안에 이 과제를 성공시킨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창출되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발 맞춰 전 세계 통신업계에서는 대규모의 인수합병(M&A)이 이뤄지고 있다.
양 CSO는 미국의 AT&T의 다이렉트TV, 타임워너사 M&A, 버라이즌의 AOL과 야후의 M&A를,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ARM Holdings의 M&A를 각각 설명하면서 각 사가 통신업계를 벗어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통신 3사 역시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성장에 따라 통신사의 기존 영역을 위협하자 사물통신, AI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양 CSO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의 고객 유치 경쟁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CSO는 "통신 3사가 구상하고 있는 플랫폼 전략은 규모와 속도의 경쟁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분야에서 통신사간의 협력이 우선 돼야만 디지털 생태계에서 경쟁력이 생긴다"며 "통신사의 경쟁자는 내 이웃의 다른 통신사였던 시대는 지났다. 4차 산업혁명의 발현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경쟁자가 누구인지, 나의 최고의 협력 파트너는 누구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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