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기하영 기자] 검찰이 11일 '최순실 재판'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담은 증거를 잇따라 제시하며 최씨 등을 압박했다.
신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6년 8월경 (최씨 측근인) 남편의 연락을 받고 더운트 관련 자료를 없애러 (사무실에) 갔다"면서 "남편이 '최순실이 장순호(플레이그라운드 이사)에게 연락해놨으니 남은 PC와 자료를 싹 정리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더운트는 최씨가 서울 삼성동에 세운 회사로, 더블루케이에 있던 자료를 이곳에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더블루케이에서 일했던 전모씨의 진술조서도 공개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회사에서 보관하던 서류를 폐업할 때 모두 폐기했다"면서 "위에서 '폐업하려 하니 모두 없애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컴퓨터 저장 자료까지 폐기한 데 대해 그는 "압수수색에 대비한 것이 맞다"면서 "장순호씨가 '최씨가 만든 회사라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없애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김모 전무의 진술조서도 공개했다. 김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저희는 출연금만 냈지 재단의 설립 목적이나 운영 등에는 관심이 없었다"면서 "어차피 해당 재단들은 저희가 주도하거나 자발적으로 설립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또 "청와대의 지시대로 돈만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안 전 수석이) 지시를 했고 박 대통령의 관심사안이라고 했다. 청와대 수석의 지시라는 게 (출연의 이유 중) 가장 컸다"고 털어놨다.
김 전무는 "재단 운영사항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설립) 이후 피드백도 없었다"면서 "저희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고 해서 반대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출연이 선의였고 자발적이었다는 박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진술이다.
한편 그간 재판에서 국정농단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아온 최씨는 이날 검찰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호소했다. 증거능력에 이어 검찰 수사의 적법성까지, 가능한 모든 문제제기를 통해 공소사실에 맞서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에서 얼마나 긴 시간 조사를 받았고 압박수사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면서 최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 출입기록에 대한 사실조회 요청을 재판부에 거듭 요구했다.
재판부는 최씨 측의 요구로 지난 1차공판 직후 서울구치소에 이 같은 내용의 사실조회 요청을 했고 지난 9일 회신을 받았다. 언제, 몇 시에 구치소에서 검찰청으로 조사받으러 갔는지가 담긴 회신이다.
이 변호사는 "조사를 마치고 몇시쯤 구치소에 돌아갔는지는 회신자료에 없다. 확인을 해보니 수작업으로 (작성을 하면) 알 수 있다고 한다"면서 "다시 한 번 사실조회 요청을 해달라"고 재판장에게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또 "검찰이 최씨 조사 과정에서 최씨에게 강한 질책성 훈계를 했다"면서 "'당신 같은 사람은 조사가 필요 없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태도를 취하면 (조사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면서 검찰의 일부 신문조서는 그 자체로 허위 공문서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할 거면 조사받을 거 없다. 사실대로만 진술하라'고 했을 뿐 분위기 운운하면서 진술을 압박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압박을 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최씨가 자백을 한 적도 없다"면서 "사실을 호도하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맞섰다. 설명 도중 이 변호사가 끼어들려고 하자 검찰이 "변호인, 제 얘기를 먼저 들으시라"고 목소리를 높여 재판장이 제지하기도 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대기업들로부터 강제모금하고 청와대의 주요 기밀문건을 유출받아 국정에 개입ㆍ농단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