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중 칼바람]'재계, 불명예 처벌' 시대..4대 그룹은 진짜 개혁대상인가
美中日은 보복대상 韓기업 공격…안방선 개혁대상·처벌대상 지목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대한민국 경제의 견인차인가, 국가혁신을 위한 개혁의 대상인가. 대한민국 4대 그룹이 서슬퍼런 질문 앞에 섰다. '최순실 게이트'에 얽히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설킨 내우외환의 고통스러운 생존의 갈림길에서다. 변화와 혁신을 통한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4대 그룹의 속내는 착잡하다. 특검 수사와 관련해 재계는 잠재적 범죄자로 전락했고, 정치권은 연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섰다. 재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불명예 처벌' 시대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아 연일 주식시장에서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대한민국 수출도 사실상 4대 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국가 혁신을 위한 성공적인 개혁과 함께 경제 발전의 가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4대 그룹의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삼성 SK 신고가 경신. 반도체가 수출주도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4분기 중 시장의 전망을 훨씬 초과한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에서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등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수출비중도 2011년 9%대에서 올해는 13%대에 육박한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에 밀려 수출 2위 자리를 내준 현대기아차는 작년에 목표달성에 실패했음에도 올해 825만대라는 도전적 목표를 세웠다. LG도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을 탈피하고 가전과 석유화학, 바이오, 2차 전지와 전장사업 등을 통해 양적ㆍ질적성장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LG도 다시 뛰자…4대 그룹 위상 더 높아진다
2015~2016년 2년 연속 역성장한 수출은 1월부터 개선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1월10일까지 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37.7% 증가했는데 반도체(40.3%)와 석유화학(121.4%), 철강제품(22.9%) 등이 수출을 주도했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매출과 영업익이 증가하면 법인세도 증가해 국가 재정에 큰 보탬이 된다.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액(연결기준)은 2014년 7조4928억원, 2015년에는 5조9172억원으로 전체 기업 1위다.
이에 따라 4대 그룹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2015년 기준 전체 기업이 보유한 자산(4204조원)에서 10대 그룹은 22.7%를 차지한다. 10대 그룹에서도 4대 그룹 비중은 18%에 이른다. 삼성의 자산은 전체 기업의 7.24%, 4대 그룹에서는 18%를 차지한다.
-"집중도 높다"정치권은, 적폐대상 지목
4대 그룹의 위상과 역할이 높아지고 있지만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대기업에 대한 접근법은 적폐 대상, 개혁대상, 처벌대상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검은 삼성과 주요 그룹을 대상으로 소환과 조사, 압수수색, 체포, 구속 등의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추진해야 할 행정부는 정국불안 등을 이유로 사실상 식물상태다. 정치권은 조기대선을 염두에 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이 재벌개혁을 넘어 재벌해체까지 추진하는 입법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세계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메이드인 USA' '메이드인 차이나'를 주창하면서 자국기업 보호를 기치로 내걸면서 글로벌 비즈니스환경은 정치와 경제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손을 잡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취임식에 초대받는 기업인들은 출국금지와 국내 사정에 발이 묶였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자국 이기주의 속에서 한국기업은 무차별 무역보복과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 정치권과 기업 간의 협력이 긴밀하게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자국에서 홀대를 넘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1월4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왼쪽 두번째)과 주요 인사들이 건배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 황교안 권행대행,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본보기 아이콘-공정위, 지배구조개선 긍정 평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16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ㆍ발표'를 내면서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는 등 일부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장회사의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 설치 비율이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 수가 급증(2014년 0.0%→2015년 8.8%→2016년 16.4%)하는 등 원활한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한 기반도 마련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의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미흡한 양상을 보이고 있고, 사외이사 등의 권한 행사도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특히, 총수를 포함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이 최근 수년간 감소 추세(2012년 27.2%→2013년 26.2%→2014년 22.8% →2015년 21.7%→2016년 17.8%)를 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사외이사의 비중(50.2%)도 전년과 유사한 수준(0.2%p 증가)에 머물러 있고,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가결 되지 않은 이사회 안건 비율도 1% 미만(0.4%, 전년대비 0.16%p 증가)에 그쳤다.
공정위는 그러면서도 "대기업집단 중 지주회사 전환집단의 경우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이 일반집단에 비해 월등히 높아(7.5%p) 상대적으로 소유구조의 투명성뿐만 아니라 책임경영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재계, 자성과 자정노력…먼저 지켜봐달라
재계의 변화도 필요하다. 경영승계와 사업재편 등의 과정에서 정권과의 불필요한 협력관계를 끊고 지배구조 투명성과 이사회의 책임경영, 동반성장 확대와 사회적책임 등의 활동을 보다 선제적이고 강화하는 노력을 했다면 현재와 같은 반(反)대기업정서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자성이다.
4대 그룹 임원은 "4대 그룹을 포함해 주요 그룹과 총수들이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재확인한 만큼 정치권과 정부, 국민들이 재계의 자발적인 개혁의 노력과 결과물을 먼저 지켜봐주었으면 한다"면서 "대기업을 개혁대상이 아닌 국가,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경제주체로서 투자와 일자리창출을 통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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