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 검증 일정 턱없이 부족해 포퓰리즘 공약 남발 우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촛불시위를 통해 국민의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이 이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 역시 커지고 있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정당별 후보 경선에서 대선 공약이 발표되고, 경선 이후 당론화 과정을 거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당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대선 본선을 4개월 앞둔 시점인 8월20일 후보로 확정됐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도 9월16일 후보로 확정됐다. 두 후보는 한 달에서 두 달에 걸친 당내 경선과 공약 검증 과정을 거친 뒤 공식 후보 결정 이후 공약의 당론화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올해는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안 인용 여부에 따라 대선 일정이 달라지면서 상황이 꼬였다. 경선 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 보니 후보들로서도 당내 경선을 통해 공약을 제시하고 검증받기 어렵다. 헌재의 탄핵 인용시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이 짧은 기간 때문에 과거에도 벼락치기로 진행됐던 공약 만들기와 검증 과정이 더 약식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정당 차원에서 준비한 공약이 실제 정부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 인수위원회 준비 작업을 거쳤지만, 조기대선의 경우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해야 해서 이같은 준비과정도 거치지 못한다.


더욱이 탄핵 이후 정당 사정도 좋지 않다. 새누리당 분당사태, 제3지대론 등이 힘을 받으면서 후보 경선 일정 등도 유동적이다. 일단 여당의 경우 새누리당은 당내 내분 사태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탈당파들이 만든 개혁보수신당은 대선 후보와 공약을 만들기에 앞서 당부터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당은 플랫폼 정당을 표방하면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과의 연대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의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개헌 관련 보고서 문건으로 당 싱크탱크의 특정 후보 밀어주기 논란에 빠졌다.

AD

문제는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국민 여론은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재벌개혁과 관련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도입,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재벌 편법 경영권 세습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선이 본격화될 경우 선명성 경쟁으로 치달아서 대중 영합형 공약들이 대거 산출될 공산이 크다.


차기 정부의 공약 이행 동력도 장담할 수 없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집권해도 여소야대가 된다"면서 "개혁 정책 등이 한 발자국이라도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