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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37] George Michael - Song From The Last Century(1999)

최종수정 2016.12.30 23:25 기사입력 2016.12.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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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의 보컬, 우아한 재즈, 호사스런 리메이크

George Michael - Song From The Last Century(1999)

George Michael - Song From The Last Century(1999)

조지 마이클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조지 마이클과 함께 밴드를 할 기회가 있다 해도 함께 하고 싶지는 않다. 잘생긴 얼굴에 대단한 능력을 갖춘 그의 옆에 있어봤자, 탕수육 옆의 단무지 신세가 될 것이 뻔해 그렇다. 왬!(Wham!)의 앤드류 리즐리(Andrew Ridgeley)가 활동 기간 내내 역할 부재론에 시달렸던 것도 이해가 간다.

조지 마이클은 최고의 섹시스타였지만 무엇보다 진지하고 뛰어난 음악가였다. 2집 이후 그가 겪었던 법정분쟁도 조지가 섹시스타로 남길 바랐던 소니와 진지한 음악가로 인정받길 바랐던 조지의 싸움이었다. 긴 싸움이 끝난 뒤 그는 자신의 지향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1996년에 발표한 <올더(Older)>는 재즈와 소울의 향이 짙은 앨범이었다.

조지 마이클은 다재다능하다. 그래도 특히 뛰어난 걸 꼽으라면 보컬 능력을 들겠다. 풍부한 성량과 감미로운 음색을 시퀀서(Sequencer)처럼 조절하는 그는 어려운 노래도 어처구니없을 만큼 쉽게 부른다. 나는 아직도 조지 마이클을 커버한 곡 중에서 원곡보다 뛰어난 버전을 들어보지 못했다. 반면 조지가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추모 공연에서 부른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나 〈언플러그드(Unplugged)〉에 수록된 ‘아이 캔트 메이크 유 러브(I Can’t Make You Love)’는 원곡보다 뛰어나다고 감히 생각한다.

조지의 네 번째 앨범 〈송스 프롬 더 라스트 센추리(Song from the Last Century)〉에서는 커버곡들을 통해 재즈 보컬리스트 조지 마이클의 탁월함을 즐길 수 있다. ‘지난 세기로부터의 노래들’이라는 제목처럼, 조지 마이클은 20세기의 재즈 고전들을 다시 불렀다. 팝송도 두 곡이 리메이크되었다. 폴리스(Police)의 ‘록산느(Roxanne)’와 U2와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곡 ‘미스 사라예보(Miss Sarajevo)’는 스탠다드 재즈로 변신했다.

재즈와 우아한 보컬이 만난 이 앨범은 일단 귀티가 난다. 오케스트라를 포함 60명 이상의 세션이 동원된 사운드가 호사스럽다. 내가 카페 사장이면 종일 매장에 틀어놓겠다. 테이블 회전율은 좀 떨어지겠지만. 조지 마이클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긴장감이 적고 편안함이 두드러진다. 워킹 베이스가 이끄는 ‘마이 베이비 저스트 케어스 포 미(My Baby Just Cares For Me)’와 브라스로 달군 ‘시크릿 러브(Secret Love)’는 흥겹고 하프의 음색과 조지의 보컬이 한데 섞인 ‘아이 리멤버 유(I remember You)’의 선율은 꿈결 같다. 이완 맥콜(Ewan MacColl)의 원곡을 노래한 ‘퍼스트 타임 아이 에버 소 유어 페이스(First Time Ever Saw Your Face)’ 수많은 리메이크 버전 중에서도 돋보인다.
커버 앨범이라서인지 조지 마이클의 정규 앨범 중 유일하게 영국차트 1위를 놓쳤고 빌보드에선 157위에 머물렀다. 그래도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두루 사랑받으며 최종적으로 360만장 이상이 판매되었다. 무엇보다 왬!의 발랄한 청년, 엉덩이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페이스(Faith)’를 부르던 섹시가이, 혹은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의 가수로 기억되는 조지 마이클의 진솔한 음악적 취향을 엿볼 수 있기에 소중한 음반이다. 스스로 사랑하던 노래들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더없이 편안하고 사랑스럽다.

여담 : 데이빗 보위(David Bowie),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릭 파핏(Rick Parfitt) 등 올 해의 팝계에는 많은 부고가 있었지만 조지 마이클의 소식이 가장 슬프다. 53세는 너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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