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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토우/안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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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크고 오래된 토우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 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번갈아 본다. 보고 있다. 그것은 한때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먼지가 일고 있고 그 둘은 서로 주장한다. 토우를 자신이 빚었다고. 그것은 자신의 것이라고 피력하면서 그들은 서 있다. 말하고 있다. 토우에 얽힌 일화에 대하여.
그럴 때 그는 물에 대하여 말한다. 들은 적 없는 지명을 언급한다. 그곳에서 어떻게 물이 살 수 있었는지. 그것을 발견하게 된 계기와 물의 빛깔에 대해서. 그 물로 어떻게 반죽을 했는지. 그리고 그가 섞어 넣었던 체액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또 다른 그는 새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다. 그가 애지중지 기르던 희귀한 새에 대하여. 그것이 어떻게 날아왔는지. 새의 특이한 습성에 대해서. 그리고 얼마나 아꼈는지. 결국엔 불태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는 설명하고 그는 흐느낀다.

그는 불타는 새의 연기를 토우에게 먹였다고 한다. 그는 잠시 홀렸었다고 한다. 연기가 차가웠다고. 새가 내지르던 소리를 환청으로 듣는다고 한다. 그는 한다. 한다.
그들은 서로 하고 있었다. 한때를 겨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늘어나 주변을 메우고 있다. 그들은 격해진다. 서로를 사이에 두고 몸을 움직인다. 먼지가 일고 있다.

사람들은 무감하고 주장은 계속된 채로 있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토우에 몸을 꽂는다. 꽂고 있다. 꽂지 마. 꽂는다. 손가락부터 전신으로. 단단한 곳에서 무른 곳까지.

그들은 엉겨 붙는다. 붙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울거나 웃고 있다. 사람들은 사라지고 있다.

 
[오후 한詩] 토우/안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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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土偶)'는 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의 상을 뜻한다. 주로 종교적 상징물이나 주술의 대상물로 쓰였는데, 부장품이나 완구로도 사용되었다. 생각해 보면 '토우'는 단지 상징이나 기호, 기호 중에서도 기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시를 보면 두 사람이 "토우를 자신이 빚었다고" 주장하면서 온갖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다. "들은 적 없는 지명"이라든지 자신이 "섞어 넣었던 체액" 혹은 "애지중지 기르던 희귀한 새에 대하여"…. 얼핏 보기에도 이런 "토우에 얽힌 일화"들은 그것과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단지 그들의 관심은 자신들이 "겨냥"하고 있는 "한때"에 있을 뿐인 듯하다. 그러니 "사람들은 무감"해질 수밖에. 급기야 그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토우에 몸을 꽂"고 그것에, 그리고 서로 "엉겨 붙"는다. 조금만 옮겨 생각해 보면 이런 장면은 우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것이 권력이든 돈이든 명예욕이든 사람들은 갖가지 '토우(들)'에 매달려 옥신각신 다투다 마침내는 자신을 통째로 내던져 버린다. 그런 장면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그저 "울거나 웃고" 말이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그러면서. 물론 그 자신도 어떤 토우 하나에 꼬옥 매달려 있다는 건 전혀 모르는 척하면서.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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