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모범규준 변경 논의에 은행 노하우 일률적 규정은 모순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고쳐 가산금리체계를 정비하기로 한 것과 관련 은행들에게 가산금리 담합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산금리 산정기준을 지도하는 것은 은행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지만 은행의 영업비밀과 노하우가 담겨져 있는 가산금리를 '모범 규준'이라는 이름으로 조정한다면 '금리 담합'을 강요하는 셈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담합으로 볼 경우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도와줄 수도 없고, 도와준 적도 없다. 금융권의 담합 협의에 대해 공정위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를 이유로 정상을 참작해준 사례는 없다.
김영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은행연합회 담당자를 모아 가산금리 산정기준과 관련 논의를 하기로 했다. 세부항목 기준이 모호해 은행마다 가산금리 운용에 차이가 크다고 보고, 산정기준을 더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논의의 골자다. 금융당국은 가산금리를 통해 은행들이 자의적으로 금리인상을 한다는 시각이다. 김 부원장보는 "가격 개입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점검해 보완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미흡한 부분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가산금리는 은행이 리스크를 감안해 붙이는 금리이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리스크를 줄이려면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것이고, 마케팅을 강화하려면 낮은 금리로 간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정기준을 명확히하라는 것은 대출상품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이를 일률적으로 한다면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저촉 될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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