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한국 진출해 첫 이익내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처음
유니클로, 2015회계년도 영업이익 1073억원…전년比 31.4% 줄어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임혜선 기자]잘나가는 외국계 업체들도 불황의 그늘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0여년 간 브랜드 경쟁력과 선점 효과에 힘입어 승승장구해왔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치열해진 시장경쟁으로 뒷걸음질 치게 됐다는 평가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악재까지 맞아 내년 실적 전망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는 2015회계연도(2015년 9월1일~2016년 8월31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1598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트코의 수익성이 역신장을 나타낸 것은 2001회계연도 '이익'을 내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코스트코는 시장 진출 4년차인 2001회계연도 7억9000만원의 이익을 낸 이후 탄탄대로를 달렸다. 한국 진출 12년만인 2010회계연도엔 규모를 1000억원대로 키웠다. 당시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다.
매출 기준으로 코스트코는 창고형 마트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친 2015회계연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9620억원, 지난해 기준) 연매출의 3.6배 수준이다.
패션업계를 주름잡던 일본의 제조ㆍ유통 일괄(SPA)브랜드 유니클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패션 단일브랜드 중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15회계연도(2015년 9월1일~2016년 8월31일) 영업이익 1073억원을 기록했다. 전 해 영업이익 1564억원보다 31.4% 줄었다. 한국에서 영업한 이후 10년만에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0.7% 줄어든 828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매장을 18개 늘리면서 매출액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1조1822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니클로의 부진은 국내 SPA 시장 상황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의류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SPA브랜드는 가성비(가격대비성능) 트렌드와 함께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오다노, 코데즈컴바인 등 캐주얼브랜드들은 수익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 매년 가격 인상이 거듭되며 SPA브랜드의 최대 장점인 가격경쟁력이 낮아졌고,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라와 H&M은 2014년부터 성장세가 꺾인 상태다. 올해 철수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조프레시는 론칭 2년 만에 한국에서 짐을 쌌고 포에버21, 망고의 입지도 좁아졌다.
국내 소비자 성향에 맞는 디자인과 사이즈로 무장한 토종 SPA브랜드의 공습으로 경쟁이 치열진 것도 실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 이마트의 데이즈, 신성통상 탑텐 등은 유니클로의 주력 제품에 맞대응 전략을 펼쳐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이마트의 데이즈는 매출액이 2009년 2002억원에서 2014년 3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30% 증가한 4500억원을 돌파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실적 감소는 지난 겨울 평균 기온이 높아 가을ㆍ겨울 시즌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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