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강퉁' 시행 앞두고 중국증시 기대감 ↑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권해영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A300 ETF'에 투자하고 있는 A씨는 7000원선에서 굳어졌던 가격이 최근 상승 흐름을 타면서 7800원 위로 가볍게 오르는 것을 보고 중국 관련 투자를 늘려야겠다고 판단했다. 정치 혼란과 미국 대선 영향으로 좀처럼 힘을 못 내는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것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게 더 쉽고 빠르게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음달 5일 중국 선전과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深港通)' 제도 시행을 앞두고 중국 투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불안한 흐름을 보였던 국내 증시와 달리 충격을 소화했던 중국 증시를 확인한 투자자들은 당분간 상하이와 선전 증시 모두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불안한 국내 대신 중국 투자로 수익률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에서 선강퉁 시행일이 확정된 지난 25일 이후 국내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 주가가 일제히 급등세로 전환됐다. 중국 농업용 트랙터 제조사 골든센츄리 가 전날 상한가에 거래를 마친데 이어 이날 오전장도 5% 넘게 상승 중이다.
국내 상장 중국 기업들이 선강퉁 시행으로 얻는 직접적 수혜는 없다. 그런데도 주목을 받는 것은 선전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몸값이 뛸 경우,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싸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중국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좀처럼 오르지 않던 중국 관련 ETF가 뜀뛰기를 시작하고 중국펀드에도 자금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심천 차이넥스트 ETF(합성)'와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 심천차이넥스트'는 지난 8일 첫 상장 이후, 당시 보다 높은 가격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펀드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펀드에는 올 들어 3178억원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인도펀드에 258억원이 순유입되고 유럽(-6053억원), 일본(-2939억원), 러시아(-1510억원), 북미(-875억원), 브라질(-227억원) 등 대부분 지역 펀드에는 자금이 순유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삼성중국본토중소형포커스' 펀드가 올해 중국펀드 자금유입액의 3분의1인 965억원을 쓸어담으며 자금몰이중이다. 이 펀드가 선전증시에 상장한 정보기술(IT), 헬스케어, 산업재, 소비재 등 중소형주에 투자해 선강퉁 시행으로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수익률도 좋다. 지난 1월 상하이종합지수가 22% 넘게 빠지는 등 중국 증시가 급락해 연초 후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이후 증시가 회복되면서 최근 6개월간 중국펀드 수익률은 8.4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1.02%) 대비 9.51%포인트 앞선다. 전체 중국펀드 244개 중 226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선강퉁 시행을 앞둔 지금이 상하이, 선전, 대형주, 중소형주 관계 없이 중국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후강퉁 때처럼 급격한 강세장의 출연 가능성은 낮지만 선강퉁의 시행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도 "연초 위안화 평가절하, 경기침체 등으로 위축됐던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고 최근 부동산 과열 규제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후강퉁 시행 당시 중국 투자를 꺼렸던 미국, 유럽계 투자자들이 선강퉁 시행 후에는 중국 비중을 늘려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급개선도 예상되는 만큼 중국 주식 저점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선전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빠르게 절하하고 있는 위안화 가치는 중국 증시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환율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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