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권리 이양 없고, 기존 지지층에서도 멀어져…결국 버리는 카드?= 5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총리직을 수락하고도 "총리 인준이 안 되면 미련 없이 물러날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를 두고도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여권 일각에선 '김 총리 카드'가 결국 정국 혼란을 타개하기 위한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정국 수습 차원에서 내치 권한의 이양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박 대통령은 "이미 권한을 드렸다"고 해명했지만 온전한 설명이 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김 내정자가 그간 기반으로 삼아온 진보·중도세력과, 새롭게 발을 담근 현재의 권력 사이에서 내 편이 없는 딜레마를 빚고 있다. 어제의 동지였던 야권은 이미 입을 모아 김 내정자의 인준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4년 전 김종인·이상돈 카드와 비교되기도= 여권 내에서도 김 내정자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건 마찬가지다. 주류인 친박(친박근혜)을 제외한,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은 "국회는 물론 여당과 한마디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총리를 지명한 것은 협치를 무시한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새누리당 내분에 기름을 부었다.
어느 곳에도 지원사격을 받지 못하는 김 내정자는 이번 주말부터 여야를 오가며 본격적으로 협력을 요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김 내정자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국정 역사교과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대통령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거론한 대목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어렵게 국회 인준을 통과하더라도, 시작부터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내면서 오히려 정국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김 내정자 카드를 4년 전 총선·대선 정국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합리적 보수주의자인 김종인·이상돈, 두 사람을 영입해 비대위원을 맡긴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등을 추진했으나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사실상 버림받았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