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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스토리] ‘최순실 충격’ 12일째…‘번아웃 증후군’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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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한 현실에 충격, 분노, 허탈, 집단 무기력…상처받은 국민 마음 위로할 해법 필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영화가 현실인지, 현실이 영화인지 모르겠다. 뉴스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지난달 24일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이 담긴 태블릿 내용이 폭로된 지 12일째 대한민국은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놀라운 소식이 들려오고, 이에 따른 충격과 분노, 허탈의 '돌림노래'를 반복하고 있다.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다. 정신적인 충격이 반복되면서 멀쩡하게 일을 잘하던 이들이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지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이미 사회가 더럽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상상만 하던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더 참담한 기분"이라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에서는 규정을 명확히 지키라고 교육하는데 윗선부터 실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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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장모씨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삼삼오오 모이면 온통 최순실 얘기 뿐"이라며 "결재서류를 준비하다가도 문득 그 생각이 떠올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순실씨 측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의 직장인들은 허탈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거액의 돈 전달 소식을 보며 어쩔 수 없는 내부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외부의 냉랭한 시선을 접하면 자괴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20대 이모씨는 "자꾸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 이름이 오르내려 당혹스럽다"면서 "회사와 관련해 설마 그럴 리가 하던 일이 사실이라니 평소 멘토로 여겼던 선배들까지 전과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30대 이모씨는 "정경유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인가 보다. 정부 밑에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면서 "이런 식으로 낭비된 에너지를 제품 만들고 개발하는데 쏟았으면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되짚어볼 때 충격적인 부패 스캔들은 적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말 그대로 '미증유(未曾有)'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충격파는 더 크다. 최고 권력과 국가시스템에 대한 믿음 자체가 붕괴되는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다.

직장과 가정에서 열심히 일하며 청춘을 불태웠던 이들이 갑자기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빠지는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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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 국민적인 패닉상태다. 일반인이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 아니냐"면서 "많은 사람이 납득할 투명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내 국가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이나 정치권의 해법 모색도 중요하지만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감싸줄 위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한 사과와 함께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 사과는 의미가 있지만 문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40대 직장인 A씨는 "외국 언론이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보도하는지 알고 있느냐. 부끄러워서 언급하기도 어렵다"면서 "대통령이 약속한 것처럼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 각종 의혹이 깨끗하게 해소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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