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저유가로 재정난에 직면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175억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국채 발행을 확정했다. 석유 이후의 미래를 대비할 자금줄이 마련된 셈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의 최초의 달러표시 채권 발행규모는 5년 만기와 10년 만기 채권 각각 55억 달러와 30년 만기 채권 65억달러 등이다. 당초 기대를 뛰어 넘는 규모이다. 이번 채권 발행규모는 올해 예상되는 사우디 재정적자의 약 20%에 해당한다. 신흥국이 발행한 국채 가운데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사우디측은 미국의 금리 인상 전에 국채 발행을 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고 계획 이상의 성과를 받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우디가 탈 석유 산업을 위한 신산업 육성 재원을 확보, 비전2030 계획을 통해 밑그림이 그려진 구조 개혁에 나설 재원을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우디의 새로운 권력자 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부왕세자가 야심차게 마련한 비전2030 계획은 사우디의 미래를 탈석유로 규정하고 있다. 살만 부왕세자는 국채 발행을 위해 전세계를 돌며 열린 로드쇼에 직접 참가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줬다. 그는 일본에서 열린 로드쇼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전세계 정보기술(IT)업체에 투자할 100조원 규모의 투자펀드 조성을 합의하는 등 사우디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우디가 이번 국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큰 숙제도 받았다고 전했다. 아부다비 상업은행의 모니카 말리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는 투자자들에게 재정의 투명성과 개혁의 성과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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