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7일 내놓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연일 여당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주목하는 대목이 전체 500여 쪽 중 9쪽에 해당하는 극히 일부분이고,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국면전환'으로 이용된다는 의혹이 짙은 상황이다.
수많은 내용 중 이 9쪽이 반가웠던 모양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유엔(UN)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 북한에 사전 의견을 구했다는 내용의 진실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 측에서는 날마다 우병우 수석과 미르재단 및 K스포츠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반전 카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때 참여정부 시절 외교 수장이 밝힌 민감한 내용은 수세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키기에 딱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의 본질은 '균형감의 상실'이다. 단적인 예로 회고록에 수록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분은 정부와 여당 관계자 누구도 전면에 얘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에 적극 찬성하며 이미 내년을 목표로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사드가 한반도 지형에서 방어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많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첫째, 동북아가 한미일과 북중러 구도로 확연히 대립하게 된다", "둘째, 한국이 정면으로 중국과의 군사전략적 대립각에 서게 된다", "셋째, 사드는 일단 배치되고 나면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철수할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로 일목요연하게 '사드 반대' 논지를 펼쳤다.
송 전 장관의 의도가 어떻든 '회고록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책 발간 시점을 놓고 그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보도가 나오는 등 앞으로 논란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 '안갯속'이다. 송 전 장관은 전날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는 정치적인 의도로 쓴 게 아니다. 책 전체 흐름을 봐야지 일부만 보면 안 된다. 전체를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