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각국들은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쏟아붓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올랑드 정부는 좌파정권이지만 국민의 반발과 전국 파업에도 헌법상 수상의 비상(非常)입법권까지 발동하며 주 35시간제 폐지 법안을 밀어붙였다. 누적된 프랑스의 청년실업난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경제의 반등을 기대할 만한 가시적 호재마저 찾지 못하면서 내린 불가피한 결단으로 보인다.
나라별로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노동개혁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만큼은 완전히 일치한다. 이 나라들은 거센 사회 적 반발에도 강력한 추진력으로 손에 잡히는 결실을 거둔 사례들이다.
노동시장 효율성이나 유연성보다 근로자 보호와 고용보장에 더 무게 중심을 뒀던 유럽의 선진국들이 과거와 사뭇 다른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작금의 현상을 일시적이거나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보다 높은 국가경쟁력을 가진 선진국들이 사회구조변화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거듭된 시행착오와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해답이며,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다.
이제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나라 밖 세계의 거대한 변화 물결과 무관한 듯 너무나 조용하다. 지난해까지 노동개혁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고, 정부와 정치권도 매일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외치며, 당장 바꿀 것처럼 자신감에 차 있었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쟁쟁하던 목소리들은 메아리조차 들을 수 없다.
노동계의 일방적 대타협 파기와 총선 이후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의 한숨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산업화 초기의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만든 노동법제와 낡은 관행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노동개혁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유럽의 경제대국들도, 가까운 일본도 경제 활력 제고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에 국가의 총력을 모으고 있다. 민간기업에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하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보다 지금의 우리를 냉철하게 다시 보고 초심으로 돌아가 더 많은 목소리들이 노동개혁에 힘을 보태야 할 때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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