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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 두 달만 연체해도 집 뺏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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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씨는 2010년에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으로 5억3000만원 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압류당했다.

5년간 이자를 상환해왔는데 두 달이 연체되자 곧바로 은행으로부터 아파트 담보권 실행 통지를 받은 것이다. 이후 은행과 협의해 연체금을 갚았지만 연체가 되면 전액 상환을 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은행이 압류를 진행했다.
김씨는 “살림이 잠시 어려워 두달 연체한 것인데 늦게나마 연체이자를 모두 상환한 상황에서도 살던 집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한 사례다. 제 의원은 담보권이 실행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두 달 연체 직후 담보권이 실행된 경우가 3분의1, 연체 4개월 후 담보권이 실행된 경우는 20%로 절반가량이 연체 4개월 이내에 담보권이 실행된다고 6일 밝혔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12년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다. 전체 주택대출 부실채권 대비 80%가 담보권 처리되고 있다. 담보 처리 대출 중 3분의2는 은행이 직접 경매하고, 3분의1은 자산관리회사(AMC)에 매각 후 대부분이 경매에 붙여진다고 한다. 이로 인해 경매에 나오는 집은 은행권에서만 4년간 5만채에 이른다.
담보권이 실행되는 주택대출의 43%는 주택담보비율(LTV) 50% 미만의 우량채권이다. 주택대출 채권 매각 시 손해를 보기보다 오히려 채권 원금과 이자까지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 의원은 "민간 AMC는 이자 회수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원금 대비 ‘할증매입’까지 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부실채권이라는 이유로 담보권을 실행하거나 매각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민간 AMC는 주택대출 원금의 99% 가격에 사와서 경매로 평균 7%를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은행이 판 주택대출 채권 원금 보다 평균 3.4% 더 높은 수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2011년 금융개혁법 처리 과정에서 연체 이후 바로 담보권을 실행하는 ‘로보 사이닝(robo-signing)'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미국 금융당국은 무분별하게 주택대출을 남발한 후 경기침체와 주택가격 하락이 진행되자 연체자들에게 고율의 연체료를 부담시키고 연체가 시작되면 주택을 곧바로 압류했다. 이후 채권 회수에 열을 올린 금융기관의 행태가 주택가격 폭락을 가속화시켜 금융기관의 부실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문제인식이 퍼지면서 이 같은 조치들이 시행됐다.

제 의원은 “은행의 채권 관리 편의를 위해 두 달만 연체해도 집을 경매에 넘겨서 가족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은 야만적인 일"이라며 "은행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담보권 실행보다는 채권 유지가 유리하다. 한국에서는 유명무실한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사전채무조정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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