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물을 껴안고 쓸쓸한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과
 물고기와
 몸이 없었으면 주어지지 않았을 고통과 숨과 검고 매운 물줄기와
 내 등 뒤에 숨어 국가를 바라보는 딸과
 문학적인 삶 뒤에 숨어 딸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나와
 담배와 가족과
 국가가 될 권리와
 국민이어야 할 비루함이 나누는 전희의 폭력과
 비참한 꿈만큼 비천한 언어들하고만 싸우는
 쓰기와 무감의 나날들과
 온종일 내리는 빗줄기의 비린내와 눈감으면
 나뭇가지 휘어져 깨져 버리는 유리창들과
 폭우와, 신과 용서와 함께
 밀려오는 눅눅한 방에 갇혀 있던 내 사춘기들 이젠 너희의 사춘기들
 내가 써 내려가는 이 비루한 사랑의 파지들
 신마저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
 하나의 얼굴
 얼굴이 놓여 있던 자리에는 얼어붙은 물결들,
 영영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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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불가촉천민/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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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촉천민이란 일반인과 접촉해서는 안 되는 천민을 뜻한다. 인도에서는 심지어 그들의 그림자와 닿기만 해도 오염이 된다고 여겨 왔다. 그런데 참으로 경악스러운 사실은 불가촉천민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 외곽에 있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단지 최하층 천민이 아니라, 사람의 영역 바깥에 있는 그 무엇이라고 말해야 옳다.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시체를 처리하거나, 세탁을 하거나, 가죽을 만드는 그들은 분명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실은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신마저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정말 끔찍한 일은 이런 불가촉천민이 저 멀고 먼 인도에만 있었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여기 곳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실은 대다수의 국민이 이제는 스스로 불가촉천민이나 다름없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몸으로 물을 껴안고 쓸쓸한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영영/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아이들. 그래서 말하건대 너희가 오히려 신이다. 그래서 부탁하건대 우리를 결코 용서하지 마라. 팽목항 앞바다에 그리고 대한민국에 세 번째 겨울이 오려 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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