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의 손에 다시 아버지를 닿게 하고 싶지 않아요. 가족은 부검을 절대 원하지 않습니다."
28일 법원이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 영장을 발부하자 유족 대표로 기자회견에 나선 백도라지씨는 이 같이 말했다. 김영호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 역시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사인이 명확한 만큼 필요하지도 않고 동의할 수 없다"며 부검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날 백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는 5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모여 법원의 영장 발부 결정을 기다렸다. 저녁 8시 영장발부 후에는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 장례식장 곳곳이 시민들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영장 발부 소식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은박돗자리를 깔고 담요를 서로에게 건네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켰다. 경찰은 이날 영장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언제 경찰이 올지 모른다. 끝까지 남아 백남기씨 곁을 지킬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백씨가 사망한지 오늘로 닷새째다. 부검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백씨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지금도 빈소를 지키고 있다. 물대포에 맞아 317일 동안 중태에 빠졌다 사망한 백씨 유족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게 그리 힘든 일일까. 망자(亡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려는 이들의 목소리에 울림이 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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