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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김영란법 D-6' 세종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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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한 식당은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1인당 3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구성한 세트메뉴를 선보였다.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세종시의 한 식당은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1인당 3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구성한 세트메뉴를 선보였다.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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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지난 20일 점심식사 시간, 냉면과 한우 구이로 유명한 B식당은 예약손님으로 빈 자리가 없었다. 예약을 하지 않고 식당을 찾은 일부 손님들은 밖에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 곳은 세종시의 높은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공무원들이 쉽게 찾아가서 식사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날 이 식당을 찾은 한 공무원은 "오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아무래도 이런 곳에 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법 시행 전에 마음 편하게 식사라도 한 번 하자는 생각에서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추석연휴가 끝난 이후로 세종시 고급식당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 꽤나 정평이 나있는 식당들에는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손님들로 가득차고 있다. 오는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3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고 가자는 공무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공무원은 "저녁식사의 경우, 고기를 딱 1인분만 먹는 것도 아니고 술도 한 잔 하면 가격이 3만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소주 한 잔 하면서 그것까지 따져야 되니 법 시행 전에 식사하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앞으로 직무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밥값을 각자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식사대접도 불가능해진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관련부처 공무원에게는 아무래도 부탁할 일도 많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데 각자 계산하면서 밥 먹자는 얘기를 어떻게 하느냐"며 "당분간은 식사나 술 자리는 아예 생각도 못하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9월에 식사 약속을 잡았다"고 귀띔했다.

통상 12월에 가졌던 송년회를 앞당긴 경우도 있다. 다른 공무원은 "송년회라고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추석 전에 사실상 송년회 같은 느낌으로 모임을 가졌다"면서 "식사 자리에서 '올해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외부인과 송년회를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공무원들이 김영란법 시행 전에 가지는 식사를 '최후의 만찬'에 비유하기도 한다. 국장급 공무원은 "앞으로 외부인과 식사를 할 경우, 직무연관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야 하고 직무연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3만원이 넘는 밥은 얻어먹거나 살 수가 없다"면서 "요즘 식사자리에서 '최후의 만찬'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많다"고 언급했다.

고급식당들은 김영란법에서 정한 3만원 미만 메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B식당은 얼마전 새로운 세트 메뉴를 내놓았다. 사람 수에 따라 1인당 3만원이 되지 않도록 구성한 메뉴다. 3인분에 8만9000원 세트를 내놓는 방식이다. 이 식당은 한우를 팔기 때문에 1인당 고기량을 100g으로 줄이고 냉면도 맛배기로 구성했다.

G식당은 가격을 낮추면서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를 없앴다. 여직원이 손님 뒤에서 "고기가 타네요. 뒤집으세요"라는 조언을 해주는데, 손님 입장에서는 잔소리나 지시를 듣는 듯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다. 이 식당을 최근 방문한 과장급 공무원은 "가격에 맞추다 보니 서비스 질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는 한우보다는 값싼 수입 쇠고기나 삼겹살을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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