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끝난 이후로 세종시 고급식당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 꽤나 정평이 나있는 식당들에는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손님들로 가득차고 있다. 오는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3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고 가자는 공무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직무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밥값을 각자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식사대접도 불가능해진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관련부처 공무원에게는 아무래도 부탁할 일도 많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데 각자 계산하면서 밥 먹자는 얘기를 어떻게 하느냐"며 "당분간은 식사나 술 자리는 아예 생각도 못하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9월에 식사 약속을 잡았다"고 귀띔했다.
통상 12월에 가졌던 송년회를 앞당긴 경우도 있다. 다른 공무원은 "송년회라고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추석 전에 사실상 송년회 같은 느낌으로 모임을 가졌다"면서 "식사 자리에서 '올해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외부인과 송년회를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고급식당들은 김영란법에서 정한 3만원 미만 메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B식당은 얼마전 새로운 세트 메뉴를 내놓았다. 사람 수에 따라 1인당 3만원이 되지 않도록 구성한 메뉴다. 3인분에 8만9000원 세트를 내놓는 방식이다. 이 식당은 한우를 팔기 때문에 1인당 고기량을 100g으로 줄이고 냉면도 맛배기로 구성했다.
G식당은 가격을 낮추면서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를 없앴다. 여직원이 손님 뒤에서 "고기가 타네요. 뒤집으세요"라는 조언을 해주는데, 손님 입장에서는 잔소리나 지시를 듣는 듯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다. 이 식당을 최근 방문한 과장급 공무원은 "가격에 맞추다 보니 서비스 질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는 한우보다는 값싼 수입 쇠고기나 삼겹살을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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