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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도발에도 없었던 사재기 民心…'지진' 앞에 속수무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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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얘기'라고 치부했던 '지진의 공포'…눈 앞의 현실로
우왕좌왕하는 정부가 불안 키워
생수 27%ㆍ비상약 37% 등 북한 도발 때보다도 판매 늘어

경주 규모 3.5 지진 / 사진=기상청 제공

경주 규모 3.5 지진 / 사진=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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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대구에서 산후조리 중인 최모(34)씨는 지난 19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4.5의 여진에 놀라 50일도 채 되지 않은 갓난아이를 안고 아파트에서 뛰쳐나왔다. 일주일전 규모 5.8 지진으로 공포가 극에 달한 때였다. 최씨는 이후 호루라기, 목장갑, 손전등 등을 구매해 물과 함께 가방에 넣고, 위급시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최씨는 "두 번이나 지진공포를 겪고 나니 언제 또 여진이 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면서 "캐리어까진 아니더라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손가방 정도는 싸뒀다"고 말했다.

지난 12일과 19일 경주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고강도 지진 여파로 생활필수품 등의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도 없었던 '사재기'현상이 지진의 영향으로 재현돼, 잦은 북한의 도발보다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온라인쇼핑몰 옥션에서는 지진이 일어난 12일부터 19일까지의 안전설비, 비상식량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급증했다. LED랜턴 등 손전등은 74% 늘었으며 천막ㆍ캐노피 등은 179%, 모포ㆍ담요ㆍ베개 등은 89% 증가했다. 유사시 이용할 수 있는 캠핑가방 및 멀티백도 판매가 204% 크게 증가했다.

비상식량을 찾는 수요도 소폭 늘었다. 같은기간동안 생수는 27% 증가했으며 컵라면은 3% 증가했다. 특히 간편하게 조리해먹을 수 있는 컵밥과 볶음밥 등도 5% 가량 판매가 늘었다.

11번가에서도 같은기간 지진 관련 용품 판매가 늘었다. 면장갑(42%), 전투식량(37%), 손전등(28%), 헬멧(22%), 구급상자(17%) 등이 증가했다.
G마켓에서는 완강기·방독마스크·자가발전기 등 구조용품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37% 증가해 미끄럼 방지 제품(66%)과 손전등(41%), 소방안전용품(10%) 등이 두 자릿수의 신장세를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일주일 전에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시보다 생필품 사재기가 더욱 컸다는 점이다.

한때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사재기가 되풀이 되곤 했지만 최근 들어서 이같은 불안요소는 크게 없어졌다. 잦은 발포 소식에 무뎌진 것도 있지만, 이보다는 반복학습의 결과로 생긴 정부의 대응가능성에도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례없는 고강도 지진에는 사정이 달랐다. 체계적인 지진대응 시스템이나 매뉴얼 없이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무능이 공포를 키웠다는 평이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씨유(CU)에서는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한 19일 생필품 판매량이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던 지난 5일보다 크게 늘었다.

경주 내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는 북한 미사일 도발 때보다도 37.8% 많았으며 지진 여파가 컸던 대구와 부산에서도 34.9%, 29.9%씩 더 치솟았다.

비상식량 수요도 마찬가지였다. 경주 내 편의점의 경우, 19일 냉장즉석식품 판매량은 5일 북한 미사일 도발 때보다 18.2% 늘었으며 대구, 부산 지역의 편의점에서도 9~10%가량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라면류는 경주 23.2%, 부산 17.1%, 대구18.7% 더 늘었으며 생수는 22.9%까지 판매가 급증했다. 휴대폰충전기와 건전지 등의 비상시 사용할 소형가전과 전기연료를 찾는 이들도 늘면서 북한 도발 때보다도 14.5~19.0%가량 더 팔려나갔다.

지금까지 '남의 얘기'라고 치부했던 '지진의 공포'가 '전쟁의 공포'보다 더 앞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재기는 불안감에서 나온다"면서 "대량 사재기는 아니지만 생필품 판매가 북한 도발 때보다도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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