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편은 작고 한입에 들어갈 정도이며, 강원도는 감자송편과 도토리송편, 전라도는 '매화송편'이 대표적이다. 충청도 호박송편, 평안도 조개송편, 그리고 제주도 송편은 넓적한 모양이라고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입맛 탓에 송편을 만드는 엄마들의 수고만 있을 뿐 옛날처럼 인기가 없다.
아내와 나는 백조의 성(노이슈반슈타인 성) 관광에 나서면서 비상식량으로 소시지 몇 개만 챙겨왔었다. 이곳 뉘른베르크의 소시지는 유명세를 탈 만큼 맛이 좋아 그닥 휴대를 반대할 이유도 없었고 마땅한 먹거리를 챙겨갈 만큼 유유자적한 여행도 아니었다.
뉘른베르크의 한인 교포 세 명과 동행한 우리 일행은 성을 만나자 감탄사를 절로 자아냈다. 바이에른의 왕 루트비히 2세가 1869년 9월 건립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된 성은 견고했다. 이 성을 짓느라 정신병자 소리를 들으면서 왕위에서 퇴위를 당할 정도로 몰입한 루트비히 2세의 처지가 떠올랐다. 결국 완공도 못 보고 슈타른베르거 호수에 빠져 익사했다고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욕망의 결과는 하얀색이다.
그 양떼들이 말썽이었다. 어둠이 내리면서 우리 일행은 귀가를 서둘렀으나 양떼들이 농촌 길을 가로 막아 자동차는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헤드라이트의 불빛을 상향등으로 해보아도 꿈쩍하지 않았다. 승용차를 에워싼 양떼들은 차창으로 머리를 마구 들이밀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뉘른베르크 소시지였다. 비상식량을 양떼들에게 털리고 배를 쫄쫄 굶으면서 2시간여나 지나서야 목동인지 청년인지 겨우 나타나서 하얀 이를 드러내 내 보이며 겸연쩍게 웃었다. 우리 일행도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바이에른 지역에서 약 200여Km를 달려가는 동안 주책없이 배꼽시계는 연실 울려대고 있었다. "이것 좀 드시지요." 독일 거주 교포가 건네준 음식은 송편이었다. 고향 생각도 나고 추석도 지낼 겸 독일 솔잎을 깔고 쪄낸 송편이라는 것이다. 송편 속에는 갖가지 재료가 들어 있었다. 콩, 깨, 소고기, 그리고 독특하게 뉘른베르크의 소시지도 들어 있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 주변을 붉게 물들였던 거목들과 단풍, 그리고 양떼들의 지독한 스킨십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추억이다. 이번 추석에는 아내와 함께 추억의 송편을 빚어 봐야겠다.
김종대 동국제강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