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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그림같은 풍경 속 같이 걷자고…길이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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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수록 매력 있는 '충주 풍경길' 셋-종댕이길, 비내길, 하늘재길에서 가을을 만나다

충주 여행안내 책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머물수록 매력 있는 충주'. 하지만 바꿔 볼 만하다. '걸을수록 매력 있는 충주'로 말이다. '충주 풍경길'은 자연이 살아 숨쉬는 호젓한 아름다움을 따라 걷는 길이다. 사진은 이른 아침 '중원 문화길'이 있는 중앙탑에서 남한강을 따라 '비내길'로 가다 만난 풍경이다.

충주 여행안내 책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머물수록 매력 있는 충주'. 하지만 바꿔 볼 만하다. '걸을수록 매력 있는 충주'로 말이다. '충주 풍경길'은 자연이 살아 숨쉬는 호젓한 아름다움을 따라 걷는 길이다. 사진은 이른 아침 '중원 문화길'이 있는 중앙탑에서 남한강을 따라 '비내길'로 가다 만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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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길 쉼터

비내길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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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섬에 안개가 피어오른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면 하얗게 빛나는 억새밭이 장관인 곳이다. 억새밭 사이로 가느다란 샛길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어서 억새꽃을 구경하며 슬렁슬렁 걷기에 그만이다.

비내섬에 안개가 피어오른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면 하얗게 빛나는 억새밭이 장관인 곳이다. 억새밭 사이로 가느다란 샛길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어서 억새꽃을 구경하며 슬렁슬렁 걷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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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제6호)은 국토 중앙에 있다고 해서 중앙탑이라 불린다.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제6호)은 국토 중앙에 있다고 해서 중앙탑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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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미역 감으러 뛰어가던 강변길과 농부의 땀이 밴 들길, 노을에 빛나는 갈대숲은 비내길의 소품들이다. 여행객들이 남한강변을 따라 비내길을 걷고 있다.

어린 시절 미역 감으러 뛰어가던 강변길과 농부의 땀이 밴 들길, 노을에 빛나는 갈대숲은 비내길의 소품들이다. 여행객들이 남한강변을 따라 비내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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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풍경길을 걷다 만난 가을. 붉게 익어가는 충주 사과와 대추, 알밤

충주 풍경길을 걷다 만난 가을. 붉게 익어가는 충주 사과와 대추, 알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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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계절의 변화란 참 신기합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도 사라지고 어느새 아침저녁 부는 바람에 가을이 듬뿍 담겨있습니다. 걷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논, 오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숲, 일렁이는 물안개에 '심쿵'해지는 그런 가을 길 말입니다. 중원문화를 꽃피운 충북 충주는 걷는 곳입니다. 걷기 좋은 길만 해도 열 곳이나 됩니다. 인위적으로 조성을 하거나 숫자만 늘려놓은 길이 아닙니다. 자연 그대로의 길에 이정표만 세웠습니다. 호젓한 아름다움을 따라 걷는,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길들입니다. 깊은 숲은 포근하고 정겹습니다. 역사의 흔적도 곳곳에서 발길을 잡습니다. 길마다 풍경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충주 풍경길'입니다. 내륙의 바다 충주호와 심항산을 휘도는 '종댕이길', 남한강변 따라 억새꽃이 장관인 '비내길',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애잔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하늘재길', '중원문화길' '과수원길' '강변길' '반기문 꿈자람길' '사래실 가는 길' '대몽항쟁길' '새재 넘어 소조령길'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풍경들입니다. 이 중 세 곳을 걸어 봤습니다. 종댕이길과 비내길 그리고 하늘재길입니다. 충주 안내지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머물수록 매력 있는 충주', 이렇게 바꿔 볼 만합니다. '걸을수록 매력 있는 충주'로 말입니다.

◇종댕이길(1코스 3.8㎞)-숲길에서 물길까지 느릿느릿 종댕이길 한 바퀴
종댕이길은 충주호를 끼고 걷는 오솔길이다.

종댕이길은 충주호를 끼고 걷는 오솔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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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댕이길은 충주 풍경길 중 으뜸이다.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다. 계명산 줄기인 심항산 둘레를 따라 호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충주호를 끼고 있어 걷는 내내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산을 한 바퀴 도는 데(3.8㎞) 느린 걸음으로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종댕이(宗堂)'라는 말은 인근 종댕이 마을에서 비롯됐다. 심항산을 종댕이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종댕이길은 '마즈막재' 삼거리에서 시작한다. 숲 해설 안내소를 지나 500m 남짓 포장도로를 내려서면 숲길이 열린다. 숲은 제법 깊다. 소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박달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만들어 낸 숲 터널은 마치 동화 속 정원처럼 신비롭다. 나무마다 가을빛이 한가득 내려앉았다. 선선한 바람이 길동무를 한다.
종댕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충주호

종댕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충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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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 밤나무밭에선 후두두 떨어진 알밤들이 싱그럽다. 주름진 얼굴에 웃음 가득 품은 할머니가 손짓을 한다. 걷다가 먹으라며 수확한 밤을 한 주먹 쥐여준다. 종댕이길을 걸으며 만난 첫 풍경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숲길을 걷다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 주는 강바람은 여유롭다. 걸음은 한결 더 기운차고 숲은 싱그럽다.

종댕이길에는 재미난 사연도 여럿 담겨 있다. 하트 모양을 한 심항산 둘레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사랑이 깊어진다. 종댕이 고개를 넘으면 한 달씩 젊어진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일리가 있다. 고개를 넘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면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종댕이길은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등산처럼 무턱대고 걷기만 하는 길은 아니다. 곳곳에 쉼터와 정자 그리고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쉬엄쉬엄 충주호의 모습을 즐기며 걸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오르는 구간에는 나무계단이 마련돼 있어 걷기에 불편하지 않다.

종댕이 전망대는 충주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넓게 볼 수 있다. 탁 트인 호수의 정취를 느끼며 가슴을 펴고 따뜻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온다고 하여 '가슴을 펴라 전망대'라고도 한다.
종댕이길에서 바라본 충주호

종댕이길에서 바라본 충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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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를 600m 앞두고 종댕이길의 또 다른 명물을 만난다. 출렁다리다. 출렁이는 다리 위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맛도 좋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마즈막재 주차장에 차를 두고 심항산~출렁다리~계명산자연휴양림에 이르는 7㎞ 코스를 더 걸어 보자.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면 숲 해설 안내소에서 출렁다리까지 다녀오는 짧은 코스도 좋다.

◇하늘재(왕복 4㎞)-하늘과 맞닿은 가장 오래된 백두대간 고갯길
종댕이길을 나와 충주호를 끼고 충주 미륵대원지로 간다. 하늘재 가는 길에 미륵대원지가 있다. 석굴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유일한 석굴사원이다. 석굴암이 굴을 파서 지었다면 이곳은 자연석을 쌓아서 만들었다. 지금은 석굴의 지붕은 온데간데없고 키가 껑충한 미륵석불 하나만 서 있다. 석불의 표정은 자애롭기 그지없다. 몸체는 비례가 맞지 않아 어설프지만 눈을 반쯤 감은 미륵불의 얼굴만큼은 단정하고 온화하다.
하늘재 연아나무

하늘재 연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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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대원지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하늘재 입구다. 하늘에 맞닿았다고 해서 지어진 하늘재는 충주 미륵리와 문경 관음리를 연결하는 옛 고갯길이다. 여기에서 하늘재 정상까지는 2㎞ 거리로 40분쯤 걸린다.

삼국사기에 '아달라 이사금 3년(서기 156년)에 계립령 길을 열었다'고 적혀 있다. 죽령길이 이보다 2년 뒤에 개척되었으니 기록상으로 볼 때 하늘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백두대간 고갯길인 셈이다. 얼추 2000년이라는 세월을 품고 있다.

계립령, 마목현, 지릅재 등으로 불렸던 하늘재의 높이는 고작 해발 525m에 불과하지만 '하늘'이란 이름을 당당히 꿰찼다. 하늘재보다 훨씬 높고 험준한 고개도 하늘이란 이름을 갖지 못했다. 그만큼 이 작은 고갯길에 얽히고 깃든 사연을 펼쳐 보면 굴곡진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하늘재엔 120년 된 명물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연아나무'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지금은 은퇴한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선보인 '비엘만 스핀' 자세를 그대로 닮았다.

연아나무를 지나 모퉁이를 휘휘 돌면 하늘재 정상이다. 정상에서 오른쪽 나무 계단을 따라 조금 오르면 하늘이 열린다. 건너편으로 암반이 드러난 포함산(962m)이 우뚝하고, 백두대간 봉우리가 꼬리를 잡고 흘러간다. 왜 하늘재라는 이름을 얻었는지 딱 보면 알게 된다.

◇비내길(1코스 7.1㎞ㆍ2코스 10.6㎞)-남한강 물안개 피면 하얀 억새꽃이 춤을 춘다
비내길에서 만난 풍경

비내길에서 만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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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대원지를 나와 비내길로 간다. 남한강의 하류인 충주 앙성면과 소태면 사이를 흐르는 강변을 따라 난 길이다.

앙성면 소재지와 탄산온천장 몇 곳을 지나면 앙성온천광장이 나온다. 걷기는 이 온천광장이 시작점이자 끝나는 지점이다. 비내길은 두 구간이 있다. 1코스는 양지말산을 중심으로 조대와 강변을 걷는 7㎞ 구간으로 2시간쯤 걸린다. 2코스는 1코스에다 새바지산 임도, 비내마을, 비내섬 구간을 더한 17㎞ 구간으로 4시간쯤 걸린다.

온천광장을 벗어나 비내길로 들어선다. 길은 논과 밭, 과수원등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시골 마을을 지난다.

붉게 물들어 가는 사과나무와 대추나무가 길손을 반긴다. 어린 시절 미역 감으러 뛰어가던 흙길과 농부의 땀이 밴 들길, 노을에 빛나는 갈대숲이 길의 소품들이다. 벼슬바위 앞 대평교를 건너면 길은 호젓한 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길가 철새전망대에 오르면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과 상류 쪽 봉황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대 철새도래지에는 철 따라 기러기, 백로, 오리, 원앙, 두루미 등이 찾아든다.
비내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

비내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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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리 강변에 철새전망대가 하나 더 나타난다. 여기서는 비내섬과 남한강을 잘 볼 수 있다. 비내섬이란 갈대와 나무를 '비(베어)내는 섬'이라는 뜻이다.

비내섬은 물가를 따라 버드나무 군락지가 있는가 하면 넓은 억새밭과 자갈밭도 있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면 하얗게 빛나는 억새밭이 장관이겠다. 억새밭 사이로 가느다란 샛길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어서 억새꽃을 구경하며 슬렁슬렁 걷기에 그만이다.

강을 벗어나 숲이 울창한 산길로 들어서면 산림욕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길에서 쌓인 피로는 국내 유일의 탄산온천인 능암온천에서 눈 녹듯 씻을 수 있다.

충주=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만리]그림같은 풍경 속 같이 걷자고…길이 말을 건다  원본보기 아이콘
 
◆여행메모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여주 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 충주IC를 나와 중원대로, 사과나무 사거리에서 수안보 방면으로 우회전 금봉대로, 어림5길, 안림로를 지나 충주호수로를 따라 마즈막재 삼거리가 종댕이길 들머리다.

▲먹거리= 충주 자유시장에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순대ㆍ만두 골목이 있다. 10여개 가게가 주방을 가리지 않아 뚝배기 가득 건더기를 담고 국물을 토렴하고 만두 빚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순댓국은 다른 지역과 다르다. 푹 삶은 시래기를 넣고 끓이는 게 특징. 시래기 덕분에 국물이 느끼하지 않고 구수하다. 한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노하우는 푸짐한 인심이다. 국밥을 기다리는 동안 순대도 내주고 육수는 무한리필이다. 청풍순대와 오공주왕순대는 충주 사람들이 대를 이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짜글짜글 끓는 소리부터 다른 터줏골명가의 짜글이와 운정식당의 올갱이국, 탄금한우타운 등이 소문났다.

▲볼거리=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제6호)은 높이 14.5m로 남아 있는 통일신라시대 탑 가운데 가장 높다. 국토의 중앙에 조성했기 때문에 중앙탑이라고 부른다.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했던 탄금대, 충주 고구려비(국보 205호), 청룡사지, 충주댐, 유람선관광, 악어섬, 삼탄유원지, 수안보온천, 세계무술공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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