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아내 최근 대장암 수술…충격 받을까 남편 죽음 아직 안알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조호윤 기자]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69)의 빈소에는 아침일찍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생전 이 부회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애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대부분 이 부회장이 업무적인 면에서 철두철미했고, 성품은 소탈하고 자상했다고 회고했다. 청탁을 받지 않기 위해 골프를 치지 않고, 협력업체 관계자도 만나지 않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서울 충신교회 장로를 지냈던 이 부회장을 조문 온 박종순 원로목사는 "(이 부회장이) 회사와 집, 교회 밖에 모를 정도로 자기 관리도 엄격했다"며 "5년 전부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떠올렸다.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안타까운 가정사도 들렸다. 롯데 계열사 한 임원은 "유서에 (부인의)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많았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을 듣고 우환이 있는 줄 알았다"며 "평소 내색을 하지 않아 주위사람들 모두 아무도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정상생활이 어려운 아내를 매일 산책시키고 밥을 떠먹여줬다고 한다. 부인은 최근 대장암 수술까지 받았으며 이 부회장의 사망 소식은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가족들이 아직 알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침착하고 사리판단한 분명하셨던 분"이라며 "롯데사태가 잘 해결돼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도 "온화하고 강직한 성품이었다"며 "평소 애국적인 말씀을 많이하는 훌륭한 경제인 잃어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신 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한 가운데 경영전반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에 구멍이 생겼다는 점은 롯데로서는 또 다른 대형 악재나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황 실장과 소 단장도 검찰 조사를 받고있어 '제2의 이인원' 역할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열사 또 다른 관계자는 "그룹이 위기상황일 때 중요한 중심 역할을 해왔던 이 부회장의 사망으로 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