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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 우편으로 받을 수 있나요"…씁쓸한 코스모스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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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 의자가 비워져 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 의자가 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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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번 졸업식에서 40%의 학생은 졸업장을 찾아가지 않았어요. 몇몇은 우편으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거나 친구를 통해 찾아가기도 하죠. 1년 넘도록 졸업장을 안 찾아가는 학생도 있네요."

지난주 졸업식을 진행한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8월 대학들이 코스모스 졸업식을 이어가고 있지만 학생들의 참석률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이 졸업식 참석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인데, 상당수 학생들은 이처럼 졸업장만 대리 수령하거나 우편으로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한다.
지난 19일 지방 국립대에 다녔던 김지훈(27ㆍ가명)씨는 고민 끝에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학과사무실에는 참석한다고 말한 상태였지만 취업한 선후배들 사이에서 즐겁게 웃을 자신이 없어 전날 마음을 바꿨다. 김씨는 "조금 아쉽지만 빨리 취업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졸업식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했다.

온라인 학교 커뮤니티 등에서도 졸업장만 우편으로 수령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예전에는 졸업하면 취업을 바로 하는 편이니 부담 없이 졸업식에 참석했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최근 세태를 반영하듯 과거 즐거웠던 졸업식 분위기가 많이 사라져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학생들은 졸업식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로 학교의 취업률 조사를 들었다. 지난해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A(25ㆍ여)씨는 "졸업식이 가까워지자 학과 사무실에서 전화가 와 취업여부를 물었다"며 "스스로가 한심해 졸업식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졸업생 B(29)씨는 졸업식 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후배들의 부탁에 뒤늦게 졸업식장을 찾았다. 그는 "과사무실에 가면 취업 여부를 물을까 학사모도 빌리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취업을 위한 관문으로 변해버린 것을 학생들이 졸업식 참석을 꺼리는 이유로 꼽았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졸업을 하면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학생들이 졸업유예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졸업과 취업을 별개로 생각해, 대학을 새로운 자아를 찾아내는 기간으로 받아들인다면 졸업식이 뜻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는 이에 취업 등 개인사정으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졸업생들을 위해 올해부터 '리마인드 졸업식'을 열기도 했다. 시립대 관계자는 "최근 졸업식에 참석하는 학생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리마인드 졸업식을 통해 나중에라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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