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초동여담] 올림픽과 열대야와 맥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리우올림픽이 끝났다. 한국은 모두 21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8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시차로 인해 대개 밤에 시작한 중계는 다음날 아침에 끝이 났다.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사정상 휴가가 아니었으면 경기를 많이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반도가 펄펄 끓는 폭염의 절정에 휴가를 떠났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대한민국 어느 곳을 가도 30도가 넘는 열대야를 피할 수 없었다. 올림픽은 이제 끝났는데 열대야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숙면을 위해 술보다 우유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애주가들이 이를 실천할 리 만무하다. 입맛이 컨디션을 상실하니 저녁 메뉴도 마뜩잖다. 이럴 때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맥주의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다. 흥미진진한 경기와 열대야로 인한 불면의 밤, 최고의 파트너는 맥주다. 휴가 내내 맥주를 끼고 살았다.

 국내산 맥주가 맛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수입 맥주가 보편화되면서 국내산 맥주 맛에 대한 불만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내산 맥주가 맛이 없다는 애주가들의 불만은 정확히 말하면 국산 맥주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국내에서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수년 전이다. 2012년부터 맥주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단일 리그였던 맥주 시장은 각국을 대표하는 맥주가 경쟁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2014년에는 주세법이 개정돼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개성 넘치는 수제맥주도 맛볼 수 있다.
 다양한 맥주의 풍미를 알고 즐긴다면 음주의 즐거움이 몇 배 상승한다. 맥주의 종류는 라거와 에일을 중심으로 전 세계 통틀어 대략 100여가지 정도로 분류한다. 라거에는 필스너, 페일 라거, 둔켈 등 20종이 넘는 스타일이 있고, 에일에는 페일 에일, 스타우트, 바이젠 등 70여종이 넘는다. 이렇게 다양한 맥주의 기본적인 종류와 특성을 알고 마시면 훨씬 즐겁게 마실 수 있다. 많은 애주가들이 폭탄주를 즐기지만 맥주 고유의 맛을 즐기기에는 최악의 방법이다.

 따라 마시는 잔도 중요하다. 잔이 맥주 맛을 얼마나 좌우하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유명 맥주들은 전용 잔을 사용하면 마시는 즐거움을 더한다. 일반 유리잔은 반드시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위생도 문제지만 잔이 깨끗하지 않으면 표면장력이 약해져 맥주의 생명인 거품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맥주잔을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손잡이가 달려있다면 더욱 좋다. 체온의 전달을 막을 수 있어 마지막 한 모금까지 신선하게 마실 수 있다. 주석으로 만든 잔이나 도자기 잔도 좋은 선택이다. 신선한 맥주의 색상과 구름처럼 내려앉은 거품을 감상하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으나 도자기 잔이나 머그잔은 거품을 풍부하고 오래 지속하게 하며 최상의 온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만화 '맛의 달인'의 주인공 시로의 아버지 카이바라 유우잔의 실제 모델인 기타오지 로산진은 식사 때마다 맥주를 즐겼는데 작은 병맥주만을 고집했다. 맥주는 뚜껑을 따는 순간부터 맛이 나빠지기 때문에 작은 병맥주가 큰 병보다 마지막까지 신선한 상태의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도예가이기도 했던 그는 언제나 직접 빚은 도자기 잔으로 맥주를 즐겼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있게 먹는 법을 즐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PS. 치맥은 사절이다. 식사 대용이라면 모르겠지만 맥주 안주로는 부담스럽다. 맥주가 튀김 음식과 잘 어울려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치즈나 과일이 훨씬 더 어울린다. 특히 열대야에는.

임훈구 편집부장 keygrip@






임훈구 stoo44@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