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적었지만 반전…후보자 23명중 2위
새로 뽑은 선수위원 중 유일한 아시아인
진심 다한 선거운동…"8년 뒤 박수 받고파"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4). 그가 리우데자네이루에 갈 때 신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였다. 목에 건 카드(Accreditation Card)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 숙소도 없고, 식사를 비롯한 모든 활동을 홀로 해결해야 하며 출입할 수 있는 장소도 제한이 많았다. 그러나 19일(한국시간) 우리나라 두 번째로 IOC 선수위원에 당선되자 위상이 크게 바뀌었다. 상기된 표정으로 국내 취재진 앞에 선 그의 목에는 IOC에서 새로 발급한 업그레이드 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는 고독한 경쟁을 이겨내고 IOC가 이날 발표한 선수위원 투표 결과에서 후보자 스물세 명 중 2위를 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총 1만1245명 중 5815명이 투표해 1544표를 얻었다. 독일 여자 펜싱의 브리타 하이데만(34·독일·1603표) 다음으로 많은 표를 얻었다. 헝가리 남자 수영의 다니엘 지우르타(27·1469표)와 러시아의 육상 장대높이뛰기 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34·1365표)보다 표가 많다. 이번 대회에서 새로 뽑힌 선수위원 네 명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국제무대 인지도가 낮아 당선 가능성이 작다던 예상을 뒤집었다. 유승민은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왔는데 어설프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선거 활동은 후회가 없었지만 너무 떨려서 결과를 발표하는 현장에 가지 못했다. 메시지로 당선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고 발로 뛰며 얼굴을 알린 정성을 인정해 준 것 같다. 투표 여부를 떠나 25일간 내 인사를 받아준 모든 선수들이 고맙다"고 했다.
그는 소통하는 선수위원을 지향한다. "1만 명이 넘는 선수들을 만나면서 관심 분야와 고민이 각기 다르다고 느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유승민의 당선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우리 체육계에도 긍정적이다. 우리나라는 현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74)이 병상에 누워 활동이 어렵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선수위원으로 뽑힌 문대성(40)의 임기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IOC 선수위원은 그가 2008년 베이징대회부터 꿈꾸던 목표다. 8년 임기를 토대로 IOC 정식위원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래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위원으로서 IOC로부터 인정받고 임기가 끝날 때는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받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은 내려놓았다. "선수 유승민은 눈빛이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행정가로서는 따뜻한 시선으로 선수들을 포용하겠다."
◆IOC 선수위원이란?
IOC 선수위원은 임기만 8년으로 제한할 뿐 일반 IOC 위원과 동등한 자격을 갖는다. 총회에서 결정하는 각종 사안에 투표할 수 있고,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올림픽 종목 결정에도 참여한다. 선수위원은 IOC 선수분과위원회에 속한다. 위원회는 총 열아홉 명이며 이 중 열다섯 명만 IOC 위원 자격을 얻는다. 유승민처럼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위원은 열두 명이다. 하계종목에서 여덟 명, 동계종목에서 네 명을 뽑는다.
IOC 선수위원 제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만들었다. 출마자격은 선출 당해 연도 올림픽이나 직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로 제한한다.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와 NOC 선수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유승민은 지난해 12월 역도 장미란(33), 사격 진종오(37)와 경쟁해 대한체육회(KOC)의 IOC 선수위원 후보로 뽑혔다. 우리나라가 IOC 선수위원 투표에서 당선자를 배출하기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에 이어 유승민이 두 번째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