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여행에서는 절대 볼 수 없다-V트레인 백두대간협곡열차 여행

봉화 분천역에서 태백 철암역까지 27.7km를 달리는 V트레인 백두대간협곡열차는 유장하게 흘러가는 낙동강과 오지마을을 품고 달린다. 자동차로는 전혀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여행객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봉화 분천역에서 태백 철암역까지 27.7km를 달리는 V트레인 백두대간협곡열차는 유장하게 흘러가는 낙동강과 오지마을을 품고 달린다. 자동차로는 전혀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여행객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창밖 풍경을 즐기고 있는 여행객들

창밖 풍경을 즐기고 있는 여행객들

원본보기 아이콘
나리꽃, 코스모스 등이 휘날리는 양원역을 빨간색 V트레인이 지나고 있다

나리꽃, 코스모스 등이 휘날리는 양원역을 빨간색 V트레인이 지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선풍기가 돌아가는 객실풍경

선풍기가 돌아가는 객실풍경

원본보기 아이콘
양원역 대합실은 오지마을 주민들이 손수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이다

양원역 대합실은 오지마을 주민들이 손수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이다

원본보기 아이콘
V트레인 탑승 인증도장을 받은 아이들

V트레인 탑승 인증도장을 받은 아이들

원본보기 아이콘
V트레인과 나란히 하는 낙동강 비경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V트레인과 나란히 하는 낙동강 비경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여름협곡에 끌렸습니다. 서울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경북 봉화 분천역으로 갑니다. 열차를 타고 가는 협곡여행을 위해서 간 먼 길입니다. 시속 300㎞에 육박하는 속도로 '쌩쌩' 달리는 KTX가 아닙니다. '철커덕'거리며 시속 30㎞로 달리는 관광전용열차입니다. V트레인 백두대간협곡열차라 부릅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차창 밖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유장하게 흘러가는 낙동강 최상류와 오지마을의 풍경, 험준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협곡…. 비경(?境)과 선경(仙境)의 연속입니다. 자동차로는 전혀 보지 못할 풍광들입니다. 협곡은 굼벵이처럼 느릿한 열차에서 여행객의 눈과 가슴에 고스란히 와 닿습니다. 관광전용열차가 주는 매력이기도 합니다.

V트레인 백두대간협곡열차 기착지인 봉화 분천역은 여름햇살로 강렬하다. 입추를 지난 지 한참이지만 더위는 기세등등하다.


분천역은 하루 10명도 이용하지 않던 오지 시골역이었다. 2013년 V트레인이 운행을 시작한 이후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일명 '산타마을'로도 불린다. 역사와 마당 등 곳곳에 산타클로스와 루돌프사슴과 썰매가 있다. 산타 할아버지가 해수욕장 복장을 하고 선글라스까지 쓴 채 손을 흔드는 조형물 앞에선 웃음이 절로난다.

[여행만리]철커덕, 철커덕…시속 30km 빨간열차의 낭만 원본보기 아이콘
 
백호(白虎) 머리에 빨간 몸통의 협곡열차가 분천역에 도착한다. 조용하던 역은 흥겨운 분위기의 왁자지껄한 시골 장터처럼 변한다.

V트레인은 한반도 중부 내륙의 백두대간 협곡 구간을 운행한다. 봉화 분천역을 출발해 양원역, 승부역을 지나 태백 철암역까지 27.7㎞를 달린다.


디젤기관차와 총 158석의 객차 3량이 전부다. 창을 향한 접이식 좌석이 1호차와 3호차에 6개씩, 음료와 주류, 과자 등을 판매하는 2호차에는 5개가 있다. 3호차 천장에는 형광 스티커로 별자리를 붙였다. 터널을 달릴 때면 별을 보기 위해 3호차로 승객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열차에 올랐다. '훅' 더운기운이 밀려왔다. 열차에는 에어컨이 없다. 천장에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다.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건 열차가 출발하면 알 수 있다. 겨울에는 목탄 난로를 때고 객실에는 화장실도 없다.

원본보기 아이콘
 
[여행만리]철커덕, 철커덕…시속 30km 빨간열차의 낭만 원본보기 아이콘

출발 시간이 되자 V트레인은 서서히 분천역을 빠져나간다.
철커덕 철걱, 익숙한 기계음이 출발을 알렸다. 열차가 출발한 지 5분 남짓 오른쪽으로 낙동강 상류의 고요하게 흐르는 가호(佳湖)가 나타난다. 아름다운 호수와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 기암이 늘어선 아래 좁은 지역으로 흐르는 강이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멈춰 있는 듯 보인다.


낙동강은 태백 황지에서 발원해 여기를 거쳐 부산 을숙도로 간다. 강물은 산골 굽잇길도 개의치 않고 그저 유장하게 흐른다.


"오른쪽을 보세요" "이번엔 왼쪽입니다" "다시 오른쪽입니다" 안내 방송에 잠시도 자리에 앉지 못한다. 창밖 비경에 객차 곳곳에서는 탄성과 셔터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진다.


선로가 산허리를 휘휘 둘러 달렸다. 강 건너 금강송은 곧고 굵고 힘찼다. 물길은 열차와 끝없이 동행했다.

[여행만리]철커덕, 철커덕…시속 30km 빨간열차의 낭만 원본보기 아이콘
 
비동승강장은 걷기 여행자를 위해 잠시 멈추는 임시정거장이다. 트레킹에 나선 여행객들이 하나 둘 내린다. 이곳과 양원역 사이 2.2㎞ 구간에는 낙동강 물길과 철길을 따라가는 '체르마트길'이 펼쳐져 있다.


V트레인 운행구간 가운데 풍광이 빼어난 곳은 양원역~승부역 구간이다. 골짜기는 비좁고 산비탈은 가팔라서 강물 흐름은 기운차다. 첩첩산중에 철길과 물길, 그리고 5.6㎞의 '낙동강 비경길'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달린다.


양원역에 열차가 선다. 창고와 같은 대합실 건물 하나만 서 있는 작은 역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이기도 하다.


처음 영동선이 개통되었을 때 양원에는 기차역이 없었다. 주민들은 위험한 철길을 걸어 승부역까지 오가며 기차를 이용했다. 그런데도 역을 세워달라던 주민들의 간절한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대신 정차만 하겠다는 결정이 1988년에야 내려졌다. 주민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대합실과 승강장을 만들었다. 주민들의 땀과 눈물로 최초의 민자 역사가 탄생한 것이다.


여행자들은 양원역 정차 10분 동안 주민들이 들고 나온 군것질거리를 사먹고 수확한 농작물을 구입하기도 한다. 주민들의 애달픈 마음을 느껴보며 기차로 다시 오른다.

[여행만리]철커덕, 철커덕…시속 30km 빨간열차의 낭만 원본보기 아이콘
[여행만리]철커덕, 철커덕…시속 30km 빨간열차의 낭만 원본보기 아이콘

다음 역은 승부역이다. 험산준령 사이 협곡에 자리한 승부역은 원래 열차 교행을 위한 간이역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1998년부터 매년 겨울철마다 운행하는 '환상선 눈꽃열차'의 주요 경유지가 된 뒤로는 기차여행 명소가 됐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는 시로 유명하다. '계곡이 깊고 산이 높아 보이는 하늘이 세 평에 불과하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한다'는 1960년대에 승부역의 한 역무원이 지었다는 시다. 지금도 역 앞 석상에 새겨져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승부역은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역이다.


맨 뒤쪽 열차에는 통유리로 된 전망칸이 있다.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서 멋진 풍경을 구경하는 맛이 좋다. 풍경과 함께 철길이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흡사 그속으로 빨려들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여행만리]철커덕, 철커덕…시속 30km 빨간열차의 낭만 원본보기 아이콘
 
종착역인 태백 '철암역'에 열차가 선다. 1시간10여분의 여정의 종착역이다. 철암역은 V트레인의 다른 역에 비해 규모가 크다. 1999년 개봉한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철암역 건너편에는 낡은 건물 몇 동이 나란히 서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이다. 1960~1980년대 말까지 호황을 누린 탄광 산업과 광산노동자들의 애환과 흔적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철암역은 V트레인 여행을 끝낸 여행자들의 태백 여행 출발지이기도 하다.
V트레인 백두대간협곡열차에서 바라본 여름협곡은 강렬했다. 차를 타고 가거나 평소처럼 여행하면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그런 풍경들이다. 그러나 상상했던 그런 웅장한 협곡은 아니었다. 압도하지 않고 윽박지르지 않는 백두대간의 속살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분천역을 거쳐 승부역, 철암역까지 시속 30㎞. V트레인은 느릿느릿 선로마다 질리지 않는 백두대간의 협곡을 품었다. 급행시대에 완행이 주는 여름날 협곡선물이 달다.


봉화ㆍ태백=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만리]철커덕, 철커덕…시속 30km 빨간열차의 낭만 원본보기 아이콘
 
◆여행메모
▲가는길=
서울에서 출발해 영주, 봉화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풍기나들목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열차이용=대중교통을 이용해 V트레인을 타려면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O트레인(중부내륙순환열차ㆍ서울~영주)과 연계하는 것이 편리하다. 승용차는 분천역이나 철암역에 주차하고 이용하면 된다. 매일 2회 왕복, 주말에는 3회 운행, 요금은 편도 8400원이다. 관광열차 정보는 '코레일(www.korail.comㆍ1544-7755)'에서 얻을 수 있다.


▲즐기기=V트레인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관련 관광열차 상품을 구입해 패키지로 여행한다. 스스로 기차 루트 계획을 세워 주변 트레킹이나 계곡여행을 한다. 승용차로 분천역이나 철암역에서 V트레인을 왕복한 뒤 지역을 여행한다.

AD

▲먹거리=분천역 앞에 위치한 향토음식점에서는 산채비빔밥, 곤드레밥, 도토리묵, 메밀전, 수수부꾸미 등을 맛볼 수 있다. 안동봉화축협에서 운영하는 '봉화한약우프라자'(674-3400)는 한우고기가 맛나다. 고기 질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구운 돼지고기를 솔잎 위에 얹어서 내오는 '오시오식당'(672-9012)을 현지인들이 많이 추천한다. 태백엔 갈비살과 태백닭갈비가 유명하다.


▲볼거리=봉화에는 청량사, 닭실마을, 축서사 등이 명소다. 태백은 검룡소, 바람의 언덕, 철암마을, 함백산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