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수구에 음식물쓰레기 막혀있고 바닥엔 라면국물 천지, 벽엔 얼룩과 낙서…비품까지 슬쩍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여름휴가철, 성수기에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숙박업소 주인들이 일부 진상 고객들 때문에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펜션을 운영 중인 A씨는 손님들을 보내고 다음날 방을 정리하러 들어갔다가 경악했다.
또 다른 펜션주인 B씨는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을 손님으로 받았다가 낭패를 당했다. 어린이 손님이 온 벽에다가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려놨기 때문이다. B씨는 "유아손님이 귀여웠지만 스위치랑 벽에 스티커를 붙여놔서 그걸 떼느라 하루 종일 고생했다"며 "'앞으로 어린아이가 있는 손님은 받지 말아야 하나'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B씨는 "오픈할 때만해도 샴푸, 린스, 바디샴푸나 티슈 등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좋은 것들을 놔뒀다. 하지만 분실횟수가 잦아지자 아예 없어져도 손해나지 않을 정도의 저렴한 제품을 사둔다"며 "결국 진상고객들 때문에 정상적인 고객들까지 피해를 보는 셈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민폐 손님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터넷상에는 펜션 주인들이 올린 '진상 손님'의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 수백여건에 달한다. '펜션 진상손님 유형 10'이라는 글이 인터넷게시판을 통해 계속 전해질 정도다.
문제는 따로 이러한 손님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경북 청송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이모(64)씨는 "8명이서 6인실을 깨끗하게 쓰겠다고 하도 사정해서 손님을 받았는데, 다음날 가보니 화장실부터 객실까지 엉망진창인 경우도 있었다. 비품이 없어지는 건 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서비스업의 현실상 손님에게 항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씨는 "대부분의 펜션주인들이 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괜히 따졌다가 손님이 기분이 상해서 인터넷에 안 좋은 후기를 남기거나 SNS에 나쁜 말이라도 올리면 어떡하냐. 소문 잘못 나서 영업에 타격을 줄까봐 무섭다"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청소비를 따로 청구하거나, 펜션도 디파짓(보증금)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에어비앤비(Airbnb)같은 숙박어플을 보면 해외 숙박업소들은 숙박비와 별도로 청소비를 따로 내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에선 손님들이 대부분 숙박요금에 청소비까지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펜션 주인들은 손님에게 추가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일부 펜션에선 보증금 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보증금 제도는 유료서비스를 이용했거나, 객실 손상, 고의적 파손 등을 위한 금액을 사전에 받는다. 손님이 말없이 체크아웃을 했을 때를 대비해 미리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이후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돈을 돌려주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 승인취소를 한다.
펜션 주인들은 "물론 숙박비에 인건비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당연히 손님에게 청소를 깨끗하게 다 하고 가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쓰레기를 봉투에 넣어 한 곳에 모아둔다던지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