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벤처협회를 두고 올해로 18주년이 되는 여성벤처라는 새로운 둥지가 우리에겐 왜 필요했을까?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상장법인 1164개사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총 30명으로 작년 1.3%에서 2.5%로 2배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코스닥 기업 중 2%대는 여전히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이들 코스닥 상장기업 중 창업을 통해 코스닥에 진출한 여성벤처 기업 수는 9개사로 전체의 0.77%에 불과하다. 연 매출 1000억원대 벤처 474개사 중에선 여성벤처기업이 6개사로 1.26%에 그친다. 더 나아가 코스닥 상장사의 CEO와 등기임원을 합치더라도 여성은 전체의 3%대에 머물러 있다.
스타트업 쪽은 어떨까? 얼마 전 역삼동에 위치한 팁스 타운은 첫돌을 맞이했다. 팁스 프로그램은 정부가 엔젤투자사를 창업기업 인큐베이터 운영사로 선정하면 엔젤투자사에서 투자를 통해 추천한 창업팀을 정부가 선별해 연구개발을 매칭하고 운영사의 보육센터에 입주시켜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근데 이 팁스 타운에 입주한 기업 중 여성 CEO는 5명으로 전체의 3%밖에 안 된다. 21개 운영사 중에선 여성 CEO가 아예 없다.
국민의 과반수가 여성이고 남성보다 높은 대학 진학률을 보이고 있는 지금, 왜 여성들은 창업도 안 하고, 창업을 육성하는 것에도 참여가 저조하며 수많은 데스밸리를 통과해서 코스닥에 입성하는 성공률도 낮을까? 시험을 통해 실력을 입증받는 입시, 고시 시장은 여성이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는데 왜 개인플레이가 아닌 팀플레이가 필요한 산업계에서는, 그것도 양성평등에 가까운 교육 시스템을 제공받은 젊은 층이 도전하는 벤처 생태계에서도 왜 여성의 비율이 낮을까? 그 질문에 후배들은 이렇게 답한다. "개인적인 역량과 상관없이 산업계 곳곳에서 여성들에게만 적용되는 유무형의 플랫폼이 낙후되어 있어서 시작부터 성공에 대한 리스크가 남성들에 비해서 큽니다."
그 동안 벤처인들은 거의 남성이었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도 전자, 통신, 제조 분야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있다. 자원이 사람뿐인 대한민국에서 그 동안 사회적 인프라의 문제로 그 활용을 다하지 못했던 자원인 '여성'들이 벤처 창업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할 수 있다면 남성들만이 참여했던 기존 '경기'에 비해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좀 더 유리한 경기를 치를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전체 벤처 생태계 내에서 8%대인 여성벤처의 위상은 미미할 수 있으나 대기업 성장 모델과 함께한 남성 벤처인들과는 달리 창조경제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여성 벤처인들의 향후 미래는 기존 산업 플랫폼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 폭발적 성장과 발전성을 기대해 봄 직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여성벤처협회는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며 더욱 큰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