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흐른 후, 군산항에서 그 여대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몰래 도망간 사건(?)을 만회하기 위해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남해에서 잠깐 본 사내들의 제안을 그녀들은 흔쾌히 받았습니다. 역시 무서운 여자들입니다. 고군산군도의 선유도(仙遊島)로 갑니다. 쾌속선이 드물던 시절, 군산항에서 뱃길로 3시간여 이상을 달렸습니다. 선유도의 첫 인상은 청정함이였습니다. 우뚝 솟은 봉우리와 유리알처럼 맑은 바다와 백사장이 어찌나 곱던지. 젊은날 선유도의 소중한 기억입니다. 동시에 아내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포구기행>을 쓴 곽재구 시인의 <선유도>란 시입니다. '섬과 섬 사이 새가 날아갔다/보라색의 햇살로 묶은 편지 한 통을 물고/섬이 섬에게 편지를 썼나 보다.’ 시인은 "백사장을 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생각하고 손가락으로 한 편의 시를 썼다"고 했습니다. 굳이 시인이 아니더라도 선유도의 풍광을 보는 순간 시심이 꿈틀 될 만합니다.
최근 선유도 가는 다리가 일부 개통 했습니다. 새만금방조제가 있는 신시도에서 무녀도 구간입니다. 무녀도~장자도 구간은 내년 말에 개통된다고 합니다. 선유도와 장자도는 이미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1km도 안 되는 길이의 다리만 놓이면 고군산군도 주요 섬은 모두 육지가 되는 것입니다. 새만금방조제에서 자동차로 5분이면 도달하는 육지말입니다. '섬 속의 섬'은 이제 틀린 말입니다. 3시간여의 뱃길도 옛 추억일 뿐입니다.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변화입니다.
선유봉, 대장봉, 망주봉…. 우뚝 솟은 선유도의 봉우리들이 눈앞에 선합니다. 더 늦기 전, 섬이 섬다울 때 찾아 봐야겠습니다. 27년 전 그 친구들과 함께.
조용준 사진부장ㆍ여행전문기자 jun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