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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반납, 개돼지, 천황만세…박근혜정부 관료 '3인의 무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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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나향욱-이정호, 국가리더십 구멍낸 충격언행 3인방의 '4가지'분석

완장반납, 개돼지, 천황만세…박근혜정부 관료 '3인의 무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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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국가 리더십이 치명적으로 펑크가 난 것일까. 박근혜정부 공직자들의 잇따른 '돌출언행'이 파장과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정권 곳곳에서 보이는 권력 누수와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의 '충격언행 관료3인방'을 정리해보았다.

1. 홍기택의 '계급장 반납'사건 - 무책임의 끝판왕

홍기택부총재

홍기택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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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에 올랐던 홍기택씨는 일련의 부적절한 말과 행동이 빌미가 되어, 넉달 만에 직위를 상실하는 수모를 겪었다. 8일 AIIB는 6개월 휴직을 신청하고 잠적한 홍부총재의 CRO(최고위험관리자) 직책을 국장급으로 강등해버렸다. 대신 CFO(재무책임자)를 부총재급으로 올려 프랑스 출신의 티에리 드 롱게마르를 추대키로 내정해놓았다. 홍부총재는 꼼짝없이 사퇴할 수 밖에 없게 됐다. 4조3000억원대의 분담금을 약속하고 한국에 부여된 부총재직을 공직자 개인의 문제 때문에 잃어버린 어이없는 상황이다.

홍기택씨의 문제는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가벼운 언행이다. 지난 6월8일 홍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은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했고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전직 산업은행 회장이자 국제기구의 고위공직자가, 당시 비판이 커지고 있던 은행의 책임을 부인하고 정부 탓으로 돌린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그 발언이 불러일으킬 파장에 대한 고려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둘째는 돌출행동이다. 국제기구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부총재가 불쑥 장기 휴직계를 냈다. 홍씨는 중국 측에서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이지만, 그의 언행에 대한 불만과 역할 수행에 대한 의문이 숨어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셋째는 정부의 안이한 인사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신생기구라는 점에서 가볍게 본 정부가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는 사람을 직책에 걸맞지 않게 내보냈다는 지적이 있다. 홍씨와 함께 선임된 다른 4명의 영국,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출신 부총재들은 상당한 내공을 갖춘 인물들이라는 평가다.

넷째는 인사를 움직이는 '은밀한 네트워크'에 대한 소문들이다. 홍씨의 전성빈 서강대교수와 박근혜대통령의 오랜 친분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홍씨 부부는 박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이며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인연을 맺었다. 사적 네트워크가 '부실한 인사'를 만들어내는 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2. 나향욱의 '개돼지 사건' - 국민모독의 끝판왕

나향욱 정책기획관

나향욱 정책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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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향신문은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충격발언을 공개했다. 그는 영화 '내부자들'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는 말에 동감한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 민중을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2-3급에 해당하는 고급공무원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등 교육부 정책을 기획하고 타부처와 조율하는 직책이다.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 피력한 그의 가치관은 소름끼칠만큼 반민주적이었다.

나향욱씨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전면 부정이다. 그는 우리 국민의 99%를 민중으로 보고, 자신은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예로 들면서 흑인과 히스패닉은 정치와 같은 '높은 데'에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신분제를 주장한 것은 여기서 나왔다. 민주사회의 공적 가치를 경멸하고, 자기 자식은 신분의 관점에서 99%에 결코 속할 수 없다는 인식은, 국가가 용인할 수 없는 가치관이다.

둘째 사회적 고통에 관해 감정이입이 불가능한 독선이다. 구의역 사고 당한 아르바이트생과 관련해 "그게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냐"고 물었던 대목에서 선연하게 그런 생각이 드러난다.

셋째는 공직자로서 어이없이 가벼운 입이다. 자신의 발언이 낳을 파장에 대한 고려도 없었고, 자신의 발언이 담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의식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언론사 편집국으로 찾아가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게 나간 것 같다. 실언을 했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 발언의 문제점이 '표현이 거칠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그 점이 문제다. 그의 '개·돼지'보다 더 끔찍한 것은, 국민 대다수의 평등권을 부정하고 그들의 권익을 폄하한 그 태도가 아닌가.

넷째 그가 교육부의 주요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그의 가치관과 관점은 국가의 교육정책에 그대로 투영되어 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가 공무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서슴없이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을 수 있었던 것은, 정부 내에서 감지되는 '국가가치의 아노미'에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3. 이정호의 '천황폐하 만세 3창'사건 - 역사모독의 끝판왕

이정호센터장

이정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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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3일 아시아경제에서 보도한 이정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국가기후변화적응 센터장이 일본의 천황폐하 만세 3창 사건은, 해방 이후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이 땅의 '가치관의 변질'을 보여주는 웅변적인 현장이었다. 이정호 센터장은 이종구 전직 국방부장관의 2남2녀 중의 차남이었던 것도 확인됐다. 그의 혈족 관계가 더욱 의미있어 보였던 까닭은, 이센터장이 스스로를 '일제 동양척식회사 간부의 손자'였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동양척식회사는 일제가 이 나라를 착취하기 위해 만들었던 회사이다. 명백한 친일의 경력이 짚여지는 대목인데, 하나회의 핵심멤버로 군의 요직을 섭렵한 이종구씨의 아들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셈이다. 이종구씨는 예비역 장성모임인 '성우회'제10대 회장을 맡기도 했는데, 이 단체는 작년 국정교과서 정책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빚은 바 있다.

이정호씨의 문제 또한 4가지로 정리해보자.

첫째는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친일의 태도다. 그가 기후 관련 업무를 하면서 일본의 연구태도나 정책 수립과정에 대한 경탄을 하게된 상황이나, 현실적인 '일본 친화적'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역사가 철저히 단죄했어야 할 식민지 공간의 친일이, 이제는 버젓이 공개석상에서 표현될만큼 죄의식이 사라졌다는 점이 놀라운 점이다.

둘째, 공직자로서 앞뒤 안가리는 입이다. '친일 이력'이나 친일 입장에 대한 공개적인 표명이 불러올 파장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다. 역사에 대한 국민정서를 비웃는 태도이기도 하다. 이같은 태도가 공직사회 속에서 문제없이 '기생'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관료사회 내부의 가치관이 상당히 궤멸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친일'에 대한 비판이 마치 국수주의자나 좌익의 상투적 주장 정도로 치부되는 분위기 또한 이런 사태의 공범이다.

셋째, 역사적 가치에 대한 혼란이다. 박근혜정부는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꿈으로써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논의'들을 정리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 내에 존재하는 수준 미달의 역사의식들마저 정리하지 못할 만큼의 무능을 이 돌출사건으로 드러낸 셈이다.

넷째, 반성없는 태도다. 그는 언론 보도 뒤 행위 자체를 강력히 부인했다가 자신의 발언을 다시 공개하자 말을 바꿨다. 술자리였으며 취중실수였다고 말했으며 "그냥 농담"이었다고 주장했다. 일제의 폭압에 항거해 싸운 수많은 애국지사들과, 이 나라의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 투사들의 피와 땀을 비웃는, 공직자의 개념없는 행위를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인가. 되묻고 싶어진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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