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참사 부른 낙하산 인사
37억달러(약 4조3000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유일호 부총리가 "한국몫 부총재자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까지 말한 점을 감안하면 허망한 결말이다. AIIB가 출범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AIIB 총재를 만나 한국몫을 요청했고, 정부는 그 자리에 홍 부총재를 단독 후보로 밀었다.
통상 국제기구 부총재는 풍부한 실무능력을 갖춰야 한다. 홍 부총재를 제외한 4명의 AIIB 부총재는 오랜 기간 국제기구에서 실무 경험을 갖고 있다. 정책ㆍ전략 담당 부총재인 독일 출신 요하킴 폰 암스베르크는 세계은행(WB)에서만 25년을 일하고 세계은행 부총재까지 지낸 개발금융 전문가다. 회원국ㆍ이사회 담당인 대니 알렉산더 부총재는 영국에서 재무부 차관을 5년이나 지냈다. 인도 출신 최고투자책임자인 D J 판디안도 세계은행에서 3년간 개발업무를 했다. 운영ㆍ행정 담당 부총재인 루키 유리안토는 인도네시아 국토부 차관보 출신으로서 99조원에 이르는 22개 대형 SOC 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AIIB 부총재 박탈 사태를 부른 직접적인 원인은 홍 부총재의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그는 지난달 말 돌연 휴직계를 내고 AIIB 연차총회에도 불참했다. 언론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서별관회동을 폭로하면서 대우조선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대통령과의 친분 만으로 꽃히는 '낙하산 인사'가 문제다. 홍 부총재는 산업은행 회장 취임 당시 "나 낙하산 맞다. 그런데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낙하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도되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홍 부총재가 보여주겠다던 '결과'는 과연 어떤 것인지,현 시점에서 홍 부총재에게 되묻고 싶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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