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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테나 하나면 240여명 동시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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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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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1506년 조선시대 중종은 연산군의 파국적인 정치에 염증을 느낀 반정 세력에 의해 왕위에 오른다.


중종이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은 남산의 봉수제(烽燧制)복구다. 봉수제는 산에 봉수대를 세우고 불과 연기로 전쟁 등을 알리는 정보통신수단이었다. 하지만 짚신 신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오르 내리는 일, 봉수대 옆에 나뭇단 쌓아 놓는 일, 큰 비가 내린 뒤 무너진 봉수대를 수리하는 일 등 유지가 쉽지 않았다. 이후 생긴 것이 파발제다. 파발꾼들은 맡은 구간을 내쳐 달린 뒤 파발 역참에서 다른 파발꾼에게 '긴급 문서'를 인계했다.


우리 군은 6.25전쟁을 겪고 정보통신학교를 세웠다. 통신학교 창설 70주년을 맞은 육군 통신의 변화를 보기 위해 지난달 13일 육군정보통신학교를 찾았다.


30도 넘는 찌는 더위에 찾아간 정보통신학교 입구는 마치 수업이 한창 진행중인 대학교 캠퍼스 분위기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부대안 연병장에는 부대창설 7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것 외에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군 관계자는 "2005년부터 통신병과와 전산병과가 통합된 이후 연간 1만여명의 인원을 교육하고 있다"며 "교육열기는 오늘 날씨보다 더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제 2교육장.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교육장은 좀전에 봤던 학교본관과 달리 야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풀이 우거졌다. 이곳에서 통신병과 부사관들은 네 명씩 짝을 지어 전술다중장비(TMR)를 설치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TMR은 쉽게 말해, 이동식 중계기다. 전시상황이 되면 부대와 부대간에 연락을 하기 위해 유ㆍ무선을 이용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TMR 설치가 필수적이다. 병사는 특기별로 기술을 익히지만 부사관들은 모두 다뤄야 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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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로 성공한 박용후(PYH 대표) 전 카카오 홍보이사도 우리 학교 출신"이라며 "박 전 이사가 3G통신망에서 무료통화 서비스를 고수하던 경쟁사와는 달리 문자서비스의 품질 향상에 집중한 것도 우리 학교에서 습득한 통신 이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귀뜸했다.


부사관들은 조교의 지시에 따라 사각형 꼭지점 지점에 높이 1m 말뚝을 세우고 해머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해머질 몇번에 장병들은 금새 군복이 축축히 젖고 말았다. 부사관들은 전봇대처럼 생긴 4m길이의 안테나를 세우고 안테나와 말뚝을 네 개의 줄로 연결시켰다. 안테나도 짧고 부실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교관은 조금만 더 기달려보라고 말했다.


교육을 받는 부사관이 기둥에 핸들을 돌리자 안테나는 하늘로 점점 치솟았다. 10m높이에 이르자 네 개의 밧줄로 다시 안테나와 말뚝을 연결시켰다. 다시 부사관은 핸들을 돌리자 금새 17m높이의 안테나가 세워졌고 또 다시 밧줄로 고정시켰다. 이어 안테나와 케이블, 교환기를 실은 차량과 연결하자 통신음이 잡히기 시작했다.

장두일 교관(소령)은 "숙련된 부사관 네 명이 TMR을 세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에 불과하다"며 "TMR이 설치되면 반경 48㎞이내에 240여명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소를 이동한 곳은 사이버전체험관. 정보통신학교에서는 정보보호병과에 지원한 장병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정보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해킹이나 도청, 감청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군관계자는 설명했다. 체험관에서는 해킹을 당한 컴퓨터를 실제 체험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는 자료가 그대로 적군에 유출됐고, 문서를 작성하는 동안에도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정보통신학교에서 매년 육군 해킹방어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사이버전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김민연 정보보호교관은 "북한이 국내 주요 인사의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등 어느 때보다 사이버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어 통신병과 장병들이 최전방에 배치됐다라는 생각으로 태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나오는 길에 장병들의 팔에 착용된 '통하라'라는 글자를 새긴 병과 마크가 유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소중한 정보도 신속히 지휘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지휘관의 전략을 일선부대가 신속히 받지 못한다면 승리는 보장받지 못한다. 네트워크전으로 변한 현대전에서 정보통신학교는 승리전으로 통하게 하는 길목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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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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