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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닥터' 만나니 자퇴·퇴학 '0명'…제주 성산고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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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제주도에 '학생건강증진센터' 도입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체계적인 상담·치료 연계


제주 서귀포시 성산고등학교 전경

제주 서귀포시 성산고등학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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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제주의 푸른 바다와 성산일출봉이 바라다보이는 서귀포시 성산고등학교. 멋진 풍광과는 달리, 자퇴나 퇴학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많았던 이 학교가 최근 학생들의 '마음건강' 관리에 나선 도교육청과 성생님들의 노력 덕분에 놀랄 만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1949년 개교한 제주 성산고는 현재 전교생 372명 가운데 131명이 기초생활수급 가정이나 한부모가정 자녀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비평준화 지역인 제주에서 입학성적도 다른 학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학교에 정을 붙이지 못하는 학생들은 결석을 하기 일쑤고,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로도 이어졌다. 부적응 학생들에게 벌점을 주고 사회봉사를 하도록 했지만 상당 수가 자퇴와 퇴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지난 2013년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의 비율이 무려 전교생의 10.2%인 44명에 이를 정도였다. 질병이나 해외출국 을 제외한 전국의 중도탈락 학생 비율이 평균 0.4~0.5%인 점을 고려하면 무려 20배 이상의 규모였다.
학교가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을 줄이기 위해 나섰다. 박종일 성산고 교감은 "중학교 때까지 성적 부진 등으로 제대로 된 칭찬 한 번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에게 자존심을 회복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일단 담임교사가 면담한 뒤 부적응 정도가 심하면 전문상담교사와 면담을 하도록 했다. 부적응 학생은 다양한 유형이 있는 만큼 학생에 맞춰 맞춤형 해법을 제시했다.

일부 학생은 학교에 마련된 대안교실인 '일출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받도록 했다. 오전에는 교과 관련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승마나 스쿠버다이빙 등 체험활동 중심으로 학생들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

성산고의 '일출 아카데미' 학생들은 오전에는 교과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승마나 스쿠버다이빙 등 체험활동을 통해 학교생활에 흥미를 되찾고 있다.

성산고의 '일출 아카데미' 학생들은 오전에는 교과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승마나 스쿠버다이빙 등 체험활동을 통해 학교생활에 흥미를 되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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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제주교육청이 심리·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학생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설치된 센터에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2명이 '스쿨닥터'로 상주하면서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생 상담도 하고 교사들에게 자문도 해줬다.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에는 반신반의하던 학생들도 전문지식을 갖춘 스쿨 닥터의 상담에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는 것을 우려해 병원 치료에 거부감을 나타내던 학부모들도 스쿨닥터의 설득에 자녀들의 병원 치료에 나섰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성산고의 중도탈락 학생 비율은 2014년 6.16%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단 한 명의 학생도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다. 올해 현재까지도 자퇴 또는 퇴학 학생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학생건강증신센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성산고 뿐 아니라 인근 표선고등학교에서도 2014년 24명이던 중도탈락학생이 2015년에는 3명으로 줄어드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스쿨닥터를 맡고 있는 조성진 전문의는 "진료실 안에서는 학교 환경이나 분위기 등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현장을 직접 찾기 때문에 훨씬 더 학생들과 이해·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산고의 사례는 학교 관리자의 의지에 따라 중도탈락학생을 '0명'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오승식 제주교육청 학생생활안전과장은 "센터를 처음 설치할 때 도의회 반대 등이 심했지만 지금은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면서 "제주의 사례를 바탕으로 앞으로 학생건강증진센터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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