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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25] Hanson - Underneath(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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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소년들의 성년식

Hanson - Underneath(2004)

Hanson - Underneath(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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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화려하게 데뷔한 뮤지션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미국 털사(Tulsa) 출신 삼형제의 데뷔는 차원이 달랐다. 핸슨(Hanson)이 데뷔앨범 ‘미들 오브 노웨어(Middle of Nowhere)’는 천만 장을 팔아치웠을 때 이들의 나이는 전부 합해도 50이 되지 않았다. 타이틀곡 ‘음밥(Mmmbop)’은 아직도 길거리에서 들린다. 공연을 할 때마다 소녀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고 싱어송라이터인 이들에 대한 평단의 반응도 좋았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셈이다. 맏형 아이작(Isaac Hanson)이 열일곱, 막내 잭(Zachary)이 겨우 열세 살이었으니 번 돈은 모두 부모가 관리했겠지만.

역대급 신인이었던 소년들이 받은 기대는 컸다. 당연히 진부한 수식어들도 따라 붙었다. 신동, 천재, 제2의 비틀즈…. 그러나 이들은 소포모어 징크스(2년생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록의 색채가 강해진 2집 ‘디스 타임 어라운드(This Time Around)’는 작품성을 인정받지만 상업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소속사였던 아일랜드 더프 잼은 핸슨이 상업적인 음악을 하길 원했다. 자율적인 환경의 필요성을 느낀 핸슨은 3CG라는 독립 레이블을 설립한다. ‘언더니스(Underneath)’는 자신의 레이블에서 낸 첫 앨범이자, 밴드로서는 4년만의 신보였다. 귀엽던 막내는 어느덧 스물이 되었고 둘째 테일러(Taylor)는 유부남이 되었다.
자신들의 독립 레이블에서 절치부심 작업한 앨범의 트랙들은 유려한 멜로디로 가득 찼다. 유년시절부터 음악을 익혀온 형제들의 작곡능력은 과연 7년차 밴드답다는 생각이 든다. ‘언더니스’의 성찰적인 가사는 성인이 된 이들의 깊어진 내면을 짐작케 하고, 서정적인 ‘웬 유아 곤(When You’re Gone)’과 특히 애착이 간다는 트랙 ‘브로큰 앤젤(Broken Angel)’ 역시 아름답다.

어느덧 세 번째 앨범을 낸 중견 밴드다운 노련함이 돋보이지만 여전히 20대 초반 멤버들의 청년다운 발랄함도 앨범의 한 축이다. 간단한 박자에 두꺼운 리프, 코러스의 훅이 강렬한 ‘댄싱 인 더 윈드(Dancin’in the Wind)’부터 ‘디퍼(Deeper)’와 ‘겟 업 앤 고(Get Up and Go)’, ‘크레이지 뷰티플(Crazy Beautiful)’까지 핸슨의 리듬감 넘치는 곡들은 파티의 배경음악으로도 손색없다.

‘언더니스’가 재도약하는 핸슨의 비행선이라면 ‘페니 앤 미(Penny & me)’는 엔진 같은 곡이다. 흥겹고 담백한 이 곡은 소녀부터 노인까지 사랑할 만하다. 이들은 이제 '음밥'을 원래의 키로 노래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변성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맑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2004년 내한했을 때 아이작이 인터뷰에서 “페니는 우리에게는 음악이며, 팬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일수도 있다”라고 설명한 이 곡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다.
‘언더니스’는 음악자체도 훌륭하지만 핸슨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독립 레이블의 첫 작품이기도 하며, 긴 공백에도 여전한 평단과 팬들의 호의를 확인했다. 무엇보다 ‘음밥’을 부르던 꼬마의 이미지를 벗어나 성인 뮤지션으로서 찍은 성공적인 첫 발자국이 되었다. 히트곡 하나로만 기억되기엔 아까웠던 천재 소년들의 근사한 성년식. 이후 꾸준한 활동의 발판이 되었다는 점에서 핸슨을 아끼는 팬들에게도 무척 소중한 앨범이다.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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