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성악 레슨 현장(제공=(사)희망의 소리)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성악 레슨 현장(제공=(사)희망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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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하영 수습기자]15살 소년은 재미없는 학교를 그만뒀다. 학교를 그만둬도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운 현악기만이 그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러던 그가 애국가 한 소절로 성악의 길에 들어섰다.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신한아트홀에서 만난 김홍일(16)군은 1년 전 학교를 그만둔 '학교 밖 청소년'이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는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성악의 재능을 가진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정기적인 레슨을 제공하고 있다. 성악가인 최현수 한국예술종합예술학교 교수 등이 멘토로 참여했다. 김군을 포함한 5명의 학교밖 청소년들은 오디션을 거쳐 선발돼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성악레슨을 받는 중이다. 김군은 오디션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발탁됐다.

전북 부안에 사는 김군은 일주일에 한 번 성악레슨을 받기 위해 3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에 올라온다. 김 군은 한번 들으면 그 음을 그대로 연주할 수 있는 절대음감을 지녔다.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둔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탓에 이런 재능을 제대로 키워볼 기회조차 없었다.


“악기나 노래나 다 같은 것 같아요. 감정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유독 말이 없던 김군은 음악과 관련된 질문엔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답변했다. 그저 이러한 교육이 좋다는 말만 반복하던 그는 “성악을 통해 좀 더 넓은 세계를 만나고 싶다”는 작은 기대를 내비쳤다.

함께 수업을 듣고 있는 이소영(19)양 역시 성악을 처음 배워본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그는 안중근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웅'을 보고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이양도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연기를 통해 감정을 표출하는 이들을 보고 연기자를 꿈꿨다. 초등학교 때 잠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 부모조차 이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막막함을 느끼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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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그만 둔 이양은 현재 학교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센터에서 연기와 성악레슨을 받고 있다. 공부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꿈을 향해 이렇게 교육을 받는 지금도 나쁘진 않다고 담담히 말했다. "제가 받는 교육들이 다 무상이잖아요. 나중에 커서 제가 받은 교육을 그대로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올 12월 21일, 5명의 학교밖 청소년들은 수업을 해주신 교수님들과 함께 영산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공연 날까지 레슨은 매주 이어질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최현수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훌륭한 성악가로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더 큰 목적은 아이들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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