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와 거래관계가 있는 4개 업체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른바 KT&G 비리의혹 수사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MB맨'으로 불렸던 민영진 전 사장은 검찰수사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바둑만 '복기(復棋)'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검찰 수사도 복기가 중요하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3월 "내사를 정밀하게 해 수사에 착수하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히 도려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전 총장은 "신속하게 종결함으로써 수사대상자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후배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KT&G 수사를 놓고 '물타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검찰은 백복인 KT&G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 입장에서 뼈아프게 바라봐야 하는 부분은 수사를 너무 오래 끌었다는 지적과 함께 '부실수사' 지적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다.
게다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구속 시기와 맞물려 10개월을 끌던 KT&G 수사결과를 발표한 게 아니냐는 '물타기'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진실이 무엇이건 검찰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상황은 자업자득이다. 정밀한 내사로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실천했다면 이런 '물타기' 의혹을 받았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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