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규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4일 발표한 '기대수명 증가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기대수명 증가는 장기적으로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으로 오히려 소비를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2000년 75.5세에서 2014년 기준 82.4세까지 늘었다. 하지만 소득 대비 소비를 가리키는 평균소비성향은 2003년 77.9%에서 2015년 71.9%까지 하락했다.
우리 경제가 성숙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는 데 기대수명 증가가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대수명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다소 빠르게 둔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노동공급이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하거나, 저축률 상승이 투자확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은퇴 이전 경제주체들이 노동시장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 못하는 경우 경제성장률의 상승폭은 0.4%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낮아졌다. 아울러 저축률 상승이 국내 투자확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경상수지 흑자(해외 저축) 등의 형태로 나타나도, 자본축적에 의한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축소된다.
권 연구위원은 "소비성향이 하락하고 있는 현상은 기대수명 증가에 대응한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구조적 관점에서 봐야한다"며 "소비활성화를 위한 대책 역시 구조적 측면에 초점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서비스업 선진화를 비롯한 과감한 규제합리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용, 임금피크제 도입, 중장년층에 대한 전직훈련 등은 고령층에 대한 고용기피를 완화할 뿐 아니라 취업기회도 확대시키는 기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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