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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소수자입니다②]'역겹다'며 차별·폭력 일쑤…병원서 진료거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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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은 성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폭력에 시달려야 한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들은 사회에서 커밍아웃(성소수자임을 밝히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소수자들은 성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폭력에 시달려야 한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들은 사회에서 커밍아웃(성소수자임을 밝히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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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성소수자들은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각종 차별에 시달린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LGBTI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159명 가운데 41.5%(1312명)이 차별이나 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차별과 폭력의 경험이 많았는데, 자신의 동성애 또는 양성애 정체성을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16.2%만이 차별과 폭력의 경험이 있는 반면, 무작위 대중에게 정체성을 공개한 경우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 중 73.7%가 차별과 폭력의 경험이 있었다.

학교내서 커밍아웃을 하거나, 성소수자임이 밝혀지면 또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FTM((female-to-male transgender,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인 A(32)씨는 고등학교 시절 심한 따돌림을 당했다. 성별에 부합하지 않은 A씨의 모습에 또래 친구들이 동성애자라 부르며 괴롭혔다,
A씨는 "'더럽다', '역겹다'는 말을 들어야 했고, 내 주변에는 앉지 않으려했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앉았던)방석을 더럽다는 듯이 탁탁 털어내고 인상을 썼다"라며 "굉장히 외롭고 힘든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다"라고 말했다.

비교적 분위기가 자유로운 대학에서도 성소수자들을 향한 차별의 시선은 계속된다.

서울대 성소수자동아리 큐이즈의 신입생 환영 현수막이 훼손된 모습. 사진=큐이즈

서울대 성소수자동아리 큐이즈의 신입생 환영 현수막이 훼손된 모습. 사진=큐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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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발표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등 성인교육시설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한 164명 중, 절반에 가까운 80명이 성소수자 관련 모임과 행사를 방해당하거나 게시물을 훼손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 'Queer In SNU(큐이즈)'가 설치한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새내기 모두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성소수자들은 직장 내 차별이 무서워 커밍아웃은 생각하기 힘들다. 많은 성소수자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린다. 평판이나 근무평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레즈비언인 B씨는 성정체성이 공개된 후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수년 간 일해 온 전문직 사원이었기에 회사에서 B씨는 필요한 존재였다.

B씨는 "회사에선 '근무 불성실'이란 이유를 대면서 나가라고 했지만 '근무 불성실'을 입증할 자료는 없었고, 오히려 성과가 좋은 직원으로 평가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왜 나가라고 하는 지 뻔한 일이었고, 그 사유를 더 캐서 묻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C씨는 커밍아웃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C씨는 "직장에도 분명히 성소수자가 있다. 공적인 차별이 없더라도 드러나지 않는 차별을 받는다. 일부 직장동료들은 호모포빅(동성애나 동성애자에게 갖는 부정적인 태도와 감정)한 행동도 한다"라며 "차별받거나 소외받고 싶지 않고, 승진에도 영향이 갈까봐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4년 발표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518명 중 232명(44.4%)이 성정체성을 이유로 직장에서 한 가지 이상의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토로한다. 성정체성을 이유로 업무 배치나 임금,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차별은 일상생활에서도 이어진다. 트렌스젠더의 경우 의료기관의 차별을 많이 경험한다. 성전환 관련된 의료적 조치 때문이 아니라도 진료과정에서 트렌스젠더임을 밝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기관들의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트렌스젠더 D(38)씨는 정신과에서 ‘성주체성장애’ 상담을 거부당하는 경험을 했다. D씨는 "성형외과 쪽에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해선 상당히 오픈 된 편이다. 그런데 정신 클리닉 이런 곳들은 다 알아봤는데, 우리는 '그런 거' 안 한다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단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측은 "직장, 학교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은 여전히 심각하다. 최근에는 공공연히 동성애 반대를 말하며 차별을 선동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마저 성소수자 혐오에 가담하는 심각한 실정이다"라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단체를 비롯해 성소수자 단체들은 이런 차별 선동의 반인권성과 위험성을 알리고 성소수자 인권의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를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급한 과제다"라고 밝혔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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