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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冊읽기]소설로 배우는 기업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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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100원짜리 회사를 200원 주고 샀는데, 그 200원도 우리 돈이 아니라 대부분 남의 돈으로 사서 이렇게 됐습니다."

회사가 왜 망했냐고 묻자 김영달 재무부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부실덩어리 건설사를 비싸게 산 게 망조의 시작이었다. 100원을 200원 주고 사는 과정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매각주간사간의 유착, 그룹 오너의 과도한 탐욕, 건설업에 대한 오판 등 다양한 제무적 이슈와 시사적 지식이 담겨있다.
2013년 출간된 '소설로 배우는 기업회생'은 기업이 위기를 맞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생하기까지 어떤 고비를 맞고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는지를 알기쉽게 풀어썼다. 가상의 기업 '대박그룹'의 흥망성쇠를 기본 줄기로 군데군데 기업회생의 알짜지식을 담았다. 대박그룹 오너 왕회장의 오른팔 '뚱'이 줄거리를 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만든 경제교양서다.

책은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찬 기업회생관리의 용어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데 주안점을 뒀다. 뚱은 애사심은 높지만 재무에 대해서 일자무식이다. 소설 속 김영달 재무팀장이, 인수합병(M&A)와 워크아웃, 자금차입, 자산매각, 사모투자회사(PEF) 등 기업금융에 있어 중요한 개념들을 설명해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차이를 알기쉽게 설명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책에 따르면 워크아웃은 1980년대 미국 헬스클럽에서 나온 말이다. 이 헬스클럽에선 삐져나온 군살을 빼는 것을 워크아웃이라고 지칭했다. 트레이닝을 통해 불필요한 지방을 빼고 몸에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잭 웰치 제네랄모터스(GE) 전 회장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 빗대 말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여기서 트레이너를 채권단협의회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법정관리는 독한 트레이너 밑에서도 군살 빼기에 실패한 사람이 가는 교도소 같은 곳이라고 설명한다.
"맑은 날엔 무지개색 우산을 서로 선물해주더니, 막상 비오면 그 우산을 뺏어가네."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후 기업들이 어떤 상황에 맞딱드리게 되는지 묘사한 대목도 흥미롭다. 은행들이 기업이 잘나갈 땐 서로 돈을 빌려주고 아우성이다가도 조금만 재무구조가 안좋아지면 간섭은 물론이고 채권을 회수해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회사채나 기업어음(CP) 같은 시장성 차입을 선호하게 되고, 이런 회사가 망하게 되면 '동양사태'를 연상시키는 더 큰 파국을 불러오게 된다.

가상의 기업을 모델로 했지만, 이야기 곳곳에 실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많다.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절차를 이해하기 어려운 시사적 쟁점들을 책을 보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구체적으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과정에서 회사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떤 선택이 회사에 더 도움이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막연하게 가졌던 재무에 대한 공포가 조금은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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