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19일 열렸던 회의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를 놓고 찬반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금통위원 7명 중 4명이 교체되면서 이같은 논쟁이 새롭게 시작될 것으로 보여 새 금통위의 결정이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4일 지난달 19일에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공개했다. 당시는 3월 말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제기한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이 한층 일었던 시기다. 총선 직후 여소야대 국회가 꾸려지면서 한국판 양적완화가 추진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지만 금통위원들은 이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당시 한은은 한국은행이 채권을 직접 인수하는 것과 해당 기관에 대출해주는 것이 어떻게 다르냐는 A위원의 질문에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B금통위원은 "중앙은행이 발행시장에서 채권을 직접 인수하는 것은 과거처럼 유통시장 자체가 없거나 신용경색 등으로 시장 소화가 어려운 경우에 한해 용인될 수 있는 것"이라며 "현재 채권시장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이들 채권이 시장을 통해서도 충분히 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B금통위원은 "이런 주장 제기 자체가 그동안 중앙은행의 기능이나 역할 등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등에 대해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통위원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도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C금통위원은 외국 경제학자의 '소극성 함정' 주장을 언급한 후 "경기침체가 길어질 경우 추후 정책체계의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시장의 신뢰성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극성 함정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정책 당국이 실질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정책을 펼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이 금통위원은 "우리나라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정체돼 있고 국내총생산(GDP)이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는 만큼 경제주체들의 경기 회복에 대한 미세한 기대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D금통위원은 "금융상황이 완화적인 일본이나 유로지역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다"며 "이들 국가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근거로 우리도 과감히 통화정책기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높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원 7명 중 하성근·정해방·정순원·문우식 금통위원이 지난달 금통위 직후 퇴임했고,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위원이 21일 취임했다. 금통위원 절반 이상이 바뀐 만큼 각각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금통위의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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