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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이식 수술] '머리'를 다른 사람 몸에 이식하는 남자와 국내 첫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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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정된 120억원 비용의 대수술 받는 '발레리' 와 웹으로 질의 응답

사진 = 영화 '프로메테우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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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심장에서 생각한 생각이 온몸을 돌아 말초신경까지 전달된다. 생각은 바깥으로 빠져나오고 싶지만 피가 나기 전까지는 생각은 생각으로 그친다.”
- 박성준, <잘 모르는 사이> ‘기계들의 나라’ 중에서

시인 박성준은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심장이 머리 위에 있어 생각의 주체가 된다고 읊조렸고, 고대 이집트인들 또한 사람의 영혼이 뇌가 아닌 심장에 깃든다고 생각했다. 과학은 인간의 인격주체가 뇌에 있다고 증명해왔지만, 내 뇌가 타인의 심장과 공존이 가능한 지는 불과 반세기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타인의 심장만이 아니라 그 신체에 자신의 머리를 이식하겠다고 나선 한 러시아 남성의 사연이 화제다. 걷고 달리는 일상 속 평범한 움직임이 간절하다는 이 남자, 종전의 수술사례가 한 건도 없는 데다 실패하면 곧장 죽는 이 위험한 실험에 그가 나선 이유가 뭘까?

걸어본 적이 없는 사내

모스크바 인근 블라디미르에 거주 중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1)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선천성 척수근육위축증(베르드니히-호프만)을 앓고 있다. 근육이 서서히 약화되어 몸을 쓸 수 없는 이 병으로 스피리도노프는 현재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 증상이 점차 악화됨에 따라 절박한 심정으로 머리 이식에 희망을 건 그는 수년 전부터 머리 이식 수술을 연구, 준비해온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이 수술에서 머리는 스피리도노프의 것인데, 몸은 누구의 몸을 사용(?)하게 될까? 수술을 맡은 카나베로 박사는 인터뷰를 통해 몸은 뇌사상태에 있는 환자로부터 기증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수술은 현재 2017년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수술비용만 1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머리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는 발레리 스피리도노프, 본인 제공

사진 = 머리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는 발레리 스피리도노프,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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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이 수술에 기꺼이 자원하고 나선 발레리의 심경과 그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수소문 끝에 웹 메신저를 통해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궁금한 것은 모두 기탄없이 물었고, 그는 공개답변 내용을 바탕으로 순간순간 자신의 소감을 덧붙여 답을 이어나갔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이다.
- 수술 일정과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 날짜가 확정되진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이 수술이 속도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나베로 박사의 계산에 따르면 의학적인 절차 검토와 세부사항을 정확하게 준비하는데 약 2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인간의 생명을 놓고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의사 자신을 비롯, 전문가 집단이 성공을 99% 확신할 때, 확실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비싼 안락사를 위해 수술을 준비하는 게 아니니까요.”

- 수술을 앞두고 두렵진 않나요.

“물론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류가 마주하고 또 넘지 못한 경계의 벽에(제가 겪고 있는) 난치병이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제가 이 엄청나고도 중요한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더 이상 수술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이 수술이 갖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수술이 진행되는 것에는 저 또한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젊고 건강한 몸을 얻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수술이 진행되는 일은 없어야겠죠. 단 제 경우가 성공한다면 저와 유사한 사례의 경우에 한해 치료 차원에서 일부 허용하는 법률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공개적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 당신이 얻게 될 몸의 기증자가 갖고 있던 성격이나 특징이 당신에게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저는 제가 가진 인간으로서의 양심, 그리고 경험과 개성이 제 뇌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 수술을 통해 기증자의 성격을 갖게 된다거나 하는 극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머리 이식 수술이 갖는 역사적 그리고 과학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어렵지 않아요, 아주 간단합니다. 과거 최초의 심장 이식수술 성공 이후 장기 이식 발전을 통해 수많은 생명을 살렸듯, 저 같은 케이스의 환자를 살리는 새로운 기술 발명이라 생각합니다.”

- 다른 인종, 다른 성별의 경우에도 이식이 가능한가요?

“이 부분은 의학 기술적 질문인 것 같은데, 카나베로 박사에 따르면 먼저 다른 인종 간의 수술은 현재로썬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유럽인과 아시아인 간의 이식은 안 되는 거죠. 이성의 몸에 이식하는 경우는, 글쎄요. 건강상의 이유로 새로운 몸에 이식을 요하는 환자가 과연 이성의 몸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요? 이 경우엔 법률적인 제한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수술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그는 오토바이 사진을 보낸 뒤 웃는 이모티콘으로 답했다.)


머리 이식 수술, 어디까지 가능한가?

영화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던 머리 이식이 정말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을까? 지난 1월 22일 중국 하얼빈의과대학의 런샤오핑 교수는 원숭이 머리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두 마리의 원숭이의 머리를 절단, 총목동맥과 경정맥 연결을 통해 진행한 이 수술에서 런 교수는 머리를 이식한 다음 혈액공급에 성공했으며 수술 당시 뇌 손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 원숭이 머리를 영하 15도에서 동결할 경우 생존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추신경 연결은 이뤄지지 않아 뇌와 머리를 제외한 신체는 마비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앞서 언급한 카나베로 박사와 런샤오핑 교수, 그리고 한국의 김시윤 교수가 공동 연구로 실험동물을 이용한 이식수술을 진행, 인간의 머리 이식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건국대 의생명연구소 김시윤 교수

사진 = 건국대 의생명연구소 김시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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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술의 최대 관건은 절단된 경추신경 연결로, 신경계 연결이 이뤄져야 이식된 몸의 사지를 움직일 수 있어 사실상 수술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작업이다. 발레리의 머리 이식 수술 연구에서 신경 연결을 담당하고 있는 김시윤 건국대 의생명연구소 교수에게 수술 연구의 진행 상황과 이론적 가능성, 기술의 현주소를 물었다. 이메일을 통해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이 수술이 논란보다는 발레리와 같은 불치병 환우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이다.

- 최근 이뤄진 렌 교수의 원숭이 머리 이식 수술의 내용과 결과는 어땠습니까.

“일단은 혈관 수술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원숭이의 머리를 바꾼 후 20시간 생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실험은 신경 연결을 통한 신체의 기능회복보다 혈관 연결을 통한 뇌의 생존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수술로, 실제 (수술의) 숙련도가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확인됩니다.”

- 발레리의 머리 이식 수술 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계시는지요.

“머리이식 수술은 크게 혈관 연결의 외과적 수술과 경추신경을 연결하는 신경 연결 연구 이 두 부분이 중요한데, 이 중 외과적 수술은 렌 교수가 실험을 통해 접근하고 있고, 저는 신경의 연결 및 기능 회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카나베로 박사는 2013년 논문발표 전부터 사람 간 머리 이식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계신 입장에서 이 이론은 실현 가능한 내용인지요.

“불가능할 이유가 없습니다. 현재 관건은 수술 이후 신경 연결에 따른 기능회복이 어느 수준까지 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지, 수술의 실현 가능 여부는 이미 저희 연구진 논의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 확고한 상태입니다. 현재 수부 이식(팔 이식)수술은 이미 수차례 외국에서 진행돼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머리 이식은 이보다 복잡할 뿐, 복합조직(혈관, 근육, 뼈, 신경 등)을 이식한다는 이론상으로는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 발레리의 머리 이식 수술이 2017년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수술 장소가 될 병원은 확보한 상태이나 관련된 비용 등의 문제는 공유된 내용이 아직 없습니다. 다만, 수술 예정이 2017년인 부분은 저희가 서둘러 성과를 내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발레리 씨에 허락된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가 앓고 있는 질환의) 평균 수명을 넘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상태입니다.”

- 향후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머리 이식 수술이 가능할까요.

“국내 의학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만일 국내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분만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진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발레리 씨 수술의 경우 저와 카나베로 박사가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고, 수술에서 중요한 두 파트 중 경추 신경 연결 분야는 (민망합니다만) 아직까지는 제가 앞서있는 상황입니다. 현재와 같은 (개인 시간을 이용해 진행하는) 소규모 연구가 아닌 본 연구로 매진할 수 있는 여건과 관심이 있는 연구진이 합류한다면 꼭 완성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 머리 이식 수술이 안고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교수님의 입장은 어떠한지요.

“윤리적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습니다. 질병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방법이자 절실한 수술이니까요. 저는 과학적으로 이 수술은 ‘하나의 새로운 의과학 영역’이라는 렌 교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이 수술이 성공하여 발레리 씨와 같은 분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 외 윤리적인 부분을 제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뇌는 신체로부터 오는 신호를 끊임없이 예측하고 반응하고 있다는 신경과학계의 연구결과가 조명받고 있다.

뇌는 신체로부터 오는 신호를 끊임없이 예측하고 반응하고 있다는 신경과학계의 연구결과가 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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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이식의 가능성과 위험성

이처럼 분리된 타인의 장기나 신체를 이식하는 수술과 함께 동물의 머리 이식 수술 결과가 축적됨에 따라 인간의 머리 이식 수술 또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학적 가능성을 점차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혈관과 신경계 연결을 통한 접합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여기에는 인간의 장기 중 가장 특수한 성질을 띤 뇌에 대한 위험성 또한 대두되고 있는 상태.

국내 뇌 연구 전문가인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머리 이식 수술에 대해 뇌과학적 관점에서의 위험성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인간의 뇌는 신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 신체의 항상성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신체 일부로 보는 것이 적절한 해석”이라고 지적한 뒤, “현재 진행 되고 있는 머리 이식 실험의 개념은 신체와 정신을 구분하는 이원론적 관점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 경우 이식된 뇌는 지금까지 적응해 온 신체와는 전혀 다른 매 순간 예측할 수 없는 신호를 보내는 신체와 적응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며, 이때 뇌와 신체 간의 안정된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미 신경계의 가소성이 현저하게 저하된 성인기 사람의 뇌를 (일반 남성의 신체에) 이식하는 경우엔 그 적응은 훨씬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과거 연설에서 “뇌는 이론적으로 신체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의학기술 또한 그런 이론을 뒷받침하는 현실의 영역까지 부지런히 쫓아와 오늘에 이르렀다. 이론과 기술이 맞닿는 인간의 머리 이식 수술은 과연 어떤 결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줄 것인가. 두 사람의 불완전한 생명이 합쳐져 하나가 될 수 있을까? 1+1이 반드시 2가 아니라는 말처럼, 그 답이 온전한 1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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